발행인칼럼2

제목“엄마들은 다 그러지 않나요?” #7922022-07-23 21:32

엄마들은 다 그러지 않나요?”

 

만약에 네가 못 걸으면 엄마가 있을 땐 괜찮지만 그 다음엔 그 차지가 동생이 되지 않겠니? 어떻게든 일어나서 걸어야 한다. 병도 네 몸 안에 있고 그 또한 네 것이니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반드시 네가 스스로 이겨내고 해결해야 한다.”

 

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좋다는 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구해와 딸의 간호에 매달리던 엄마는 그렇게 딸을 다그쳤습니다.

 

처음 딸의 병명이 밝혀지고 치료방법도 없고 걸을 수도 없게 된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엄마는 딸에게 사실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교직생활과 딸 간호를 병행하면서 몇 번이나 쓰러진 엄마였지만 딸 앞에서는 그 같은 내색도, 단 한번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딸 또한 그러한 엄마를 향해 아프다는 고통의 말 대신 아파서 미안해, 엄마라고 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몇 달 뒤, 딸이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라구요. ‘대단하구나, 우리 딸. 내가 낳았지만 저 정도라면 해낼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지도 제대로 걷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딸은 수없이 걷다, 쉬다를 반복한 끝에 산 정상에 올랐던 겁니다. “엄마는 제 마음 속에 항상 있었죠. 산을 올라가면서도 계속 엄마 생각을 했어요.”

 

올해 스물일곱 살인 김은정씨는 전 세계에 2백명밖에 없다는, 뼈의 일부가 원인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희귀질병 고함스병 (Gorhams Disease)을 가지고 있습니다. 은정씨가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는 이미 한쪽 골반 뼈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그렇게 될 때까지도 자신의 병을 전혀 몰랐답니다.

 

병원에서는 척추까지 다 먹어 들어가 결국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냈지만 엄마는 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은정씨는 이제 기적처럼 괜찮아졌습니다. 군입대 직전 수술한 누나를 14일간 꼬박 간호하고 논산훈련소에 들어갔던 세 살 아래 동생도 큰 힘이 돼줬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한국 SBS TV에서 방송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식사하셨어요?’에서 딸 은정씨가 늘 딸 건강만 생각하는 엄마가 이젠 스스로의 건강도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며 엄마를 위한 건강밥상을 신청했습니다.

 

은정씨는 그날 아침 더덕닭백숙을 비롯한 생명력 가득한 새순과 뿌리들로 만들어진 건강요리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자식을 위한 엄마의 사랑과 희생에 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만 은정씨 엄마 이야기는 Mother’s Day를 맞아 새삼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줬습니다.

 

함께 한 세 MC 임지호, 이영자, 김규리도 가족끼리 밥 한끼 같이 먹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 줄 새삼 깨닫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은 은정씨는 지금 엄마의 뒤를 이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마, 이만큼 건강해져서 엄마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서있는 나무처럼 내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서 고맙습니다.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고마운 스승이며 나에게 제일 자랑스런 엄마인 당신을 존경합니다. 엄마 딸로 태어나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고마워, 엄마!”

 

딸 은정씨의 눈물 어린 편지에 은정씨 엄마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다 그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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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