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들의(?) 귀환 확실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써머타임이 해제되는 4월 첫 주부터가 낚시가 재미있어지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물고기들이 제법 나오기
시작했던 것도 같습니다. 낚시는 아내와 제가 갖고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취미입니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었고 시드니에 와서 낮에는 신문·잡지사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Woolworths 청소를 하던 시절, 가까운 지인을 통해 낚시를 배우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모스만 Clifton
Gardens Wharf에서 고등어가 떼로 잡히던 시절이어서 낚시초보였던 우리 부부도 하룻밤에 고등어를 30마리 이상씩 잡아 올리는 재미를 만끽했습니다. 이후 우리의 낚시는 Lakes Beach
너머의 백사장에서 연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황색 살을 가진 연어가 아닌 Australian Salmon을 잡는 것과 아쿠나베이에서 갈치를 잡는 것 두 가지로 정착됐습니다. 키야마에서 고등어를 수십 마리씩 잡아 올린다는 이야기에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설득에도 우리는 ‘바위낚시라서 안 간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뉴카슬에서 갈치가 쏟아져 나온다는 정보에도
우리는 ‘너무 멀어서 안 간다’며 배짱을(?) 부렸습니다. 남들은 ‘맛도 없는 Australian Salmon을 뭐 하러 잡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아내와 저는 드넓은 바다에서 녀석들과 힘 겨루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녀석들도 4월, 5월에는 사시미로 먹어도 좋을 만큼 제법 쫄깃쫄깃 맛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연어와 함께 65센티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방어를 잡아 3일 내내 사시미며 회덮밥, 물회, 회무침을 만들어 포식하는 보너스를 받았고 작년 7월에는 하룻밤에
갈치를 10마리나, 그것도 모두들 꽝을 치는 가운데 우리
부부만 잡아 올려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써머타임이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낚시철이 돌아오긴 한 모양입니다. 낚시터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용사들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아내와 제가 갖고 있는 낚시철학(?)은 ‘잡히면 좋고 아니면 말고’입니다.
‘꼭 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낚시는 언제나 편안합니다. 낚시를 하기 위해 그곳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겐 이미 소풍이고 여행입니다. 짙은 나무 냄새며 바다 냄새를 접하는 순간 어쩌면 그걸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연어가 됐든 갈치가 됐든 다른 물고기가 됐든 일용할 양식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얼마 전, 낚싯대를 던져놓고
밤 하늘의 별을 헤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연기가 솔솔 풍겨왔습니다. 조금 전 우리 옆을 비집고 들어온
중국인 남자 두 명이 범인(?)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낚싯대를 우리 쪽으로 던져놓고는 줄 관리를 하지 않아 몇 차례
엉켰던 상황이었는데 그들이 내뿜는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우리 쪽으로 넘어와 바로 옆자리의 아내는 몹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줄담배를 피워댔고 가래침도 뱉고 뿡뿡 소리까지 서슴없이
냈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이웃을 만난 겁니다. 견디다 못한
우리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정말이지 그런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인 낚시철, 아내와 저는
한 주일의 정리를 낚시터에서 합니다.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위해 올해에는 물고기 욕심이 지나치지 않은
사람, 주변사람들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만 와주기를 기대해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