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에서 일상으로 그야말로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하루 일과는 매일매일 저녁 늦은 시간에야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던 것은 낯선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추억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8박 9일 일정으로 뉴질랜드 남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4일 동안은 우리 산행회원 열일곱 명이
함께 움직이며 산행을 했고 이후에는 아내와 저만 다른 일행 여덟 명의 투어그룹에 속해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산행을 할 때는 마운트 쿡의 장엄한 품에 얼른 안기기 위해, 루트번 트랙의 좀더 높은 곳에 닿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고 투어일행들과는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한군데라도 더 가기 위해 하루 종일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본시 여행이라는 게 어디를 가든 몇 박 며칠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는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크고 작은 즐거움과 추억들을 듬뿍 담아왔습니다. 1년 내내 산꼭대기를 하얗게 덮고 있는 만년설과 마운트 쿡 후커 밸리에서
만난 환상적인 빙하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의 짜릿한 시간들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사람’입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은 그 크기가 아주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거센 강풍과 폭우 속에서 서로를 붙들고
챙겨주던 산행회원들… 앞서 올라가다가도 뒤처지는 회원이 있으면 돌아서서 이끌어주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은 곳에서는 서로의 안전을 생각했습니다. “이제 15분만
더 가면 된다, 힘내자”는 격려는 누구에게나 큰 용기가 됐습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여행을 이끄는 사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외국여행, 그것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생소한
곳이라면 충분한 경험과 지식, 리더십을 지닌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번에 함께 한 뉴질랜드 남섬 여행지기 ‘똘이아빠’는 그런 면에서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가이드로서의
전문성은 두말할 것도 없고 투어를 함께 하는 여덟 명의 마음을 언제나 한발 앞서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곳이라도 더 보여줄까, 어떻게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편안한 여행을 하게 해줄까를 늘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8박 9일 동안 고마운 사람들은
시드니에도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저로서는 휴가기간이 아닌 정상업무기간 동안 가진 ‘첫 번째 일탈’이었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에 회사를 비운다는 게 살짝 걱정도
됐지만 제가 없는 동안 <코리아타운> 사람들은
아주 깔끔하게 회사를 잘 이끌어줬습니다. 고유의 업무시스템에 따라 각자 전문성과 협조체제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준 그들이 말로는 다할 수 없이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우리 집 뒷마당 자카란다가 활짝 피어 있었고 공들여
새로 심고 가꾼 잔디도 아주 건강하게 쑥쑥 자라있었습니다. 녀석들의 텁수룩한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어주고 그 위를 뒤덮은 보라색 눈꽃을(?) 바라보며
향 짙은 커피 한잔에 취해봅니다. 이제, 8박 9일의 일탈에서 완벽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껏 충전된 에너지로
더 열심히 더 활기차게 뛰어야겠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테레사&토니의 껌딱지 산행기·여행기’라는 제목으로 다음 호부터 네
차례에 걸쳐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과 함께
추억해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