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깔았습니다! 힘든 줄 모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잔디더미를 날랐습니다. 가로 50센티미터 세로 2미터, 두루마리처럼 말린 1스퀘어미터짜리 잔디는 젖은 흙이 잔뜩 붙어 있어
무게가 꽤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대 작업의 막바지’라는 생각에 Wheelbarrow에 잔디더미 두 개씩을 싣고 앞마당과
뒷마당을 부지런히 오갔습니다. 그러기를 얼마 후, 잠시 허리를
펴는데 뒷마당이 서서히 ‘푸른 융단’으로 덮여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정없이 파헤쳐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던 뒷마당이 푸른빛이 영롱한 새 잔디로
채워져 가는 모습은 기쁨, 뿌듯함, 보람 그 자체였습니다. 저걸 위해 우리는 한 달이 넘는 동안 짬만 나면 작업에 매달려 있었던 겁니다. 우리를 돕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고마운 지인이 앞장서서 잔디를 깔았고 아내와
아들녀석은 잔디가 깔릴 때마다 녀석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꼭꼭 밟아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오후 늦게는
회사 일을 마친 딸아이 신랑이 후배 둘과 함께 작업에 합류해 뒷마당은 빠른 속도로 푸른빛이 돼갔습니다. 사실, 우리의 잔디 깔기 작업에는
막판에 ‘황당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더 해놓은 잔디가 약속날짜인 일요일에 오지 않았던 겁니다. 친절한
얼굴로 ‘9월 21일 일요일 딜리버리’를 약속했던 잔디농장의 그 마귀(?)같은 여자가 결국 사기를(?) 친 겁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대기 중이던 우리는 황당함 속에서도 앞뒤마당을
지저분하게 점령하고 있던 쓸데없는 나뭇가지들을 쳐내고 다듬는 작업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다음날, 우리의 거센 항의를
받은 그 여자는 자기들 시스템장애를 핑계로 대며 Apologize를 연발했고 결국 월요일 오후 세 시부터
우리의 잔디 깔기 작업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마운 건 우리가 ‘사람
복’이 참 많다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마음 먹었던 대로 아내와
저 둘이서 했더라면 잔디를 까는 데만 3박 4일은 걸렸을
텐데 고맙게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지인도 그렇고 딸아이 신랑 후배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지원군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 남짓 만에 우리 집 뒷마당은 완전히 푸른빛으로 뒤덮였고
날이 어둑해진 상태에서 우리는 작업등을 밝힌 채 앞마당 한쪽까지 잔디 까는 작업을 완전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딸아이가 준비한 맛 있는 고기와 막걸리 한 잔… 힘든 일을 끝내놓고 좋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은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일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번 일을 주도한 아내의 한 마디에 모두들 박장대소했습니다. ‘기존 잔디 파내고 흙 골라주고
새 잔디 깔면 끝’이 처음 생각했던 작업의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엄청 많은 과정들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해준 좋은 사람들이 있어 훨씬 힘이 덜 들었고 필요할 때
비도 내려주고 작업하기 좋게 적당히 그늘도 만들어준 하늘도 고마운 우리 편이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요즘은 녀석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틈나는 대로
꼭꼭 밟아주고 있습니다. 어제는 때맞춰 비가 흠뻑 내려줘 녀석들의 모습이 더욱 파릇파릇해졌습니다. 이번 일을 마치고 아내와 저는 ‘완전방전’ 상태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옛날보다 열 배쯤은 더 예뻐진 것 같은
우리 집의 모습에 아내와 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하라고 한다면… 그건 절대 No! NEVER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