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오렌지색 가방 돌풍? #6162022-07-23 18:04

오렌지색 가방 돌풍?!

 

솔직히 카메라 기자들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어디에 앵글을 맞추든 신부 (新婦)’라는 로고를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회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지금으로 치자면 결혼을 앞둔 미혼여성들을 위한 웨딩박람회쯤 되는 행사였습니다. 그 행사를 주최하는 곳은 당시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여성지 여원 (女苑)’의 자매지 신부 (新婦)’였습니다.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울산, 대전, 춘천,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면서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결혼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1980년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행사였습니다.

 

그 자리에는 유명 인사들과 연예인들도 초청됐고 각종 선물들까지 푸짐하게 제공돼, 가는 곳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처음 개최하는 행사인 만큼 신문·잡지·방송을 통해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 행사내용이 여기저기에 크게 보도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은 각종 홍보활동과 함께 행사시작 몇 주 전부터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도시 곳곳에 포스터를 덕지덕지붙이도록 지시했습니다. 행사장과 그 입구는 아예 5천 장이 넘는 포스터로 도배를(?) 해버렸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카메라 기자들이 카메라를 어디에 대든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 포스터를 피해갈 수 없었고 이는 각종 신문·잡지·방송에 그대로 노출이 됐습니다. 이런 저런 덕에 신부 행복맞이 페스티벌은 2, 3, 4회를 거듭하면서 대성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스트우드에서 열린 그래니 스미스 페스티벌에서 이와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행사장을 누비는 사람들의 어깨며 손에는 저마다 오렌지색 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고 그 거대한 오렌지 색 가방 행렬은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나눠주는 오렌지색 가방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수십 미터씩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그 오렌지색 가방을 하나씩 얻었습니다. 그 안에는 3색 볼펜 3자루, 크기 별 포스트잇 세트, , 수첩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방도 아주 효율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 이런저런 걸 넣어 들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렌지색 가방은 지금 이스트우드는 물론, 시드니 전역, 심지어는 멜번이나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등에서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문제의(?) 오렌지색 가방을 만든 곳은 에핑에 소재하고 있는 Tracy Yap Realty라는 부동산회사입니다.

 

대만 출신 여사장 Tracy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그 같은 홍보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습니다. 그래니 스미스 페스티벌 당일에만 8천여 개의 오렌지색 가방이 융단폭격 하듯 행사장에 뿌려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천, 수만의 Tracy Yap 오렌지색 가방이나 볼펜, 수첩, , 포스트잇 등이 호주 전역을 누비면서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집을 팔아야겠는데 어디에 내놓아야 할까?’를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Tracy Yap Realty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동산회사들은 팔 집들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고 Tracy 사장의 그 같은 홍보전략은 알게 모르게 Tracy Yap 마니아층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에 스태프들의 뛰어난 전문성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Tracy Yap Realty가 지금처럼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미혼 여성들을 위한 결혼정보전문지 <신부>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가는 곳마다 오렌지색 가방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Tracy Yap Realty의 전략은 어딘가 참 많이 닮아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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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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