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전신성형? #5982022-07-23 17:51

전신성형?!

 

일이 점점 커지네?” 실제로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거실 쪽 욕실 고치고 오래된 창문 바꾸는 정도로 생각하고 일을 벌였습니다. 지은 지 50년쯤 된 집인지라 욕실도 옛날 스타일이었고 창문도 위 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구닥다리(?)라서 불편했습니다.

 

벽돌로 막아진 샤워실에 커튼 한 장 달랑 붙어 있던 욕실은 쓰지도 않는 욕조를 들어내고 새 샤워스크린과 세면대, 그리고 새 타일을 붙여놨더니 돈 들인 티가 확 났습니다. 창문과 창틀도 현대식 알루미늄 샤시로 바꿔 넣고 앞뒤 핸드레일도 알루미늄 샤시에 유리를 해 넣었더니 제법 멋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집 외벽이 팀버로 둘러져 있어 아무리 때 빼고 광을 내도 옛날 집티를 벗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외벽에 블루보드를 붙이고 그 위에 미장을 하면 모양도 예쁠뿐더러 단열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그렇게 바꾸고 페인트까지 새로 하자 정말 새 집처럼 놀라운 변신이 이뤄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음에 안 차는 게 지붕이었습니다. 붉은색 계열의 기와는 5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며 완전히 때에 절어 지저분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붕전문가와 상의를 했더니 기와 청소만으로도 새 기와처럼 삐까뻔쩍한 지붕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집 안까지 페인트를 새로 하면 정말 예쁘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내부 페인팅을 단행했습니다. 전체는 하얀색 계열의 페인트로 정하고 거실 한쪽 면은 겨자색으로, 세 개의 방마다에는 한쪽 벽을 와인, 그린, 블루 등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뒷마당에 조그마한 세탁실도 하나 새로 만들고 바비큐를 즐기는 공간에는 커다란 데크도 하나 만들어 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을 안댄 곳은 애초에 원목 마루로 돼 있던 바닥뿐이었습니다. 결국 마루를 뺀 집 안팎의 모든 것들이 완전히 바뀌어 우리 집은 이른바 전신성형을 한 셈이 됐습니다.

 

한 달 여 동안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화젯거리에 올랐습니다. 모두들 지나가다 멈춰 서서 구경을 하고 아예 새로 지은 줄로 아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 지인 가족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다른 집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당초의 계획은 돈을 좀 벌면 멋진 2층집을 짓는 것이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 집 짓는 비용의 10분의 1 정도의 돈으로 완벽에 가까운 거의 새 집을 갖게 된 겁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전문가의 힘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이번에도 목수, 타일, 페인트, 알루미늄 샤시, 전기, 지붕, 플러밍, 미장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십 명 투입 됐습니다.

 

살짝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답게 뛰어난 기술력과 팀웍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칠십을 바라보는 목수 한 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만만치 않은 일을 그분은 혼자서 척척 해냈고 경험과 실력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은 곳곳에서 돋보였습니다.

 

특히 공사 마지막 날, 흔한 말로 시다들이나 할 것 같은 일을 50년 가까운 경력의 대목 (大木)’이 늦은 시간까지 혼자 남아 꼼꼼히 마무리 짓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장인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이전시드니 재래시장? #5992022-07-23
다음중독… #597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