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스시롤 두 개의 행복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우리
옆자리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분이 문득 건네준 따뜻한 커피 한 잔… 유난히 향이 짙은 그 커피를
아내와 함께 맛 있게 나눠 마십니다. “식사 하셨어요?” “네? 아, 아직…” “그럼 이거 드세요.” “네? 아, 네, 고맙습니다.” 편안한 미소와 함께 사람 좋기로 소문난 ‘LG사장님’이 스시롤 두 개를 우리에게 건네주고 갑니다. 한 개는 치킨롤, 또 한 개는 참치롤입니다. 꿀맛입니다. “목요일부터 계속 비 온다는데 우리 오늘 낚시 갈까? 그제 저녁, 그렇게 아내와 저는 의기가 투합됐습니다. 낚시터는 수요일 저녁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는 마침 비어
있는 오른쪽 끄트머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분 좋은 커피와 유쾌한 스시롤 덕분이었을까? 제 찌가 쑤욱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힘차게 낚아채 줄을 감는데
제법 묵직한 느낌이 옵니다. 아, 갈치인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힘껏 들어올린 녀석은… 하지만 덩치가 산(?)만한 민어였습니다. 갈치가 아닌 게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입니까?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미끼를 새로 끼워 낚싯대를 던져놓고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은행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모발폰을 막 들여다보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자기야, 자기 찌 들어갔어.” 반사적으로 일어나 힘껏 낚아챘지만 뭔가가 달려있긴 한데 무게감이 별로 안
느껴집니다. 민어일까? 테일러일까? 아니면 스내퍼? 열로테일? 하지만 정작 우리 앞에 놓여진 녀석은 하늘거리는 지느러미와 함께 은빛이
아름답게 빛나는 ‘갈치’였습니다. 싸이즈는 전에 잡던 것에 비해 많이 작았지만 엄연한 갈치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가 갈치 잡기만을, 그래서 갈치회 먹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이웃 부부 두 쌍이 한걸음에
우리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우리 여섯은 갈치회와 민어회를 놓고 예상치 못했던 소주 잔을 기울였고 밤
열두 시가 다 돼갈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 꽃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문득 연어 낚시를 갔습니다. 역시 물때가 별로라서 큰 기대는 안 하고 갔지만 그날도 총 여섯 마리가 나온 연어 중에서 우리가 다섯 마리를
챙겼습니다. 3주 전처럼 막판에는 연어 세 마리가 연거푸 달려들어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에는
아내가 엄청 크고 힘센 초대형 가오리까지 잡아서 녀석을 돌려보내주느라 한참을 낑낑대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우리는 잡은 물고기를 지인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물고기는 ‘한 마리’입니다. 어찌 보면 유일무이 하다시피 한 우리 부부의 취미가 낚시입니다. 잡든 못 잡든 아내와 저는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늘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제 저녁처럼 문득 건네 받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예상치 못한
스시롤 두 개에서 우리의 행복은 무한대로 확대됩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