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저는 성격이 좀 별나서 그런지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고는 함께 밥 먹는
걸 즐겨 하지 않습니다. 딱히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닌데 왠지 편안하지가 않은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는 서슴없이 ‘형님’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동갑이거나 아래인 사람한테는 쉽게 말도
까는데(?) 저는 그것도 잘 안 됩니다. 때문에 가끔씩은
“당신, 기자 출신 맞아?”
하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저랑 가장 친한 사람,
아내와 밥 먹는 걸 즐겨 합니다. 그렇게 아내와 제가 늘 붙어 다니다 보니 우리는 본의
아니게 ‘껌딱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 ‘밥 먹기 편안한
친구’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 오랜만에 중국음식으로 의견을 모으고 차를 뉴잉턴으로 몰았습니다. 그 집 음식이 맛 있고 면발이 쫄깃쫄깃 좋기 때문이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그 집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다행이 문 쪽으로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내는 고추짬뽕, 저는 간짜장을 시켰습니다. 갑자기
소고기 탕수육이 땡겨(?) 그것도 하나 얹었습니다. 우리 뒤로도 손님들이 꾸준히 밀려들어 예닐곱 명씩은 밖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주방은 물론, 홀에서도 사장과
종업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음식 서빙과 더불어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걸 세심히 챙기고
자리가 나면 얼른 테이블을 정리하고 다음 손님들을 안내했습니다. 밖에 서 있는 손님들에게는 ‘기다리시게 해 죄송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음식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거기에 이 같은 것들이 철저히 더해지기 때문에 그 집에 손님들이 줄을 잇는 것일 터입니다. 아내와 저는 가끔 외식할 기회가 생기면 이왕이면 <코리아타운>에 광고하는 식당들을 찾아갑니다. 그 집이 맛 있고 친절한 집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됩니다. 그리고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사장님!” 우리 테이블에 음식을 놓던 그 집 젊은 여사장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어디를 가든 늘 구석에 앉아 조용히 먹기 때문에 우리를 잘 못 알아보는데
그날은 들켜버린(?) 겁니다. “저희 집, 이제는 술도 드실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소주며 맥주며 각종 술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축하 드려요.” “어떠세요? 맥주 한 잔 하실래요?” 잠시 후 그분은 우리 테이블에 금 색깔이 선명한 한국산 캔맥주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하하, 본의 아니게 대낮부터…”
소고기 탕수육과 맥주는 천생연분의(?) 궁합이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맥주 두 캔 값은 받지 않았습니다. 기분 좋은 서비스였습니다. “어? 오랜만에 뵙네요. 그런데 이스트우드에서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가끔 낚시터에서
만나는 지인이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가끔 <코리아타운>에서
광고를 봤는데 왔다 간 사람들이 이 집 음식이 맛있다고들 해서 오늘 처음 와봤어요.” ‘이 집 면발 진짜 괜찮지 않니?’ 얼마
전 제가 그 집 광고를 만들면서 넣은 헤드카피입니다. “사장님이 광고를 잘 만들어주셔서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거예요.” 고마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더 큰 요소는
그 집에 있습니다. 잘 만든 광고는 좋은 맛과 친절한 서비스가 함께 해야 최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