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호박전 노릇노릇 바삭한 호박전이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갓 부쳐낸 탓에 기름기까지 자르르 흐릅니다. “자기야, 이거 우리가 농사지은
호박으로 만든 거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제 입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박전 한 개를 얼른 넣어주는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며칠 전, 우리 집 뒷마당에서
첫 수확한 거라며 팔뚝만한 호박을 보여주더니 그걸로 호박전을 만든 겁니다. “어때? 맛 있어?” 아내의 말에 호박전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떡이는 저를 향해 아내는 다시 한 번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 안에도 어슷썰기 된 호박이 두부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야? 복초이?” 호박전 옆에 가지런히 놓인 건 ‘복초이전’이었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 텃밭 한 켠을 가득 메우고 있는 녀석들로
시험 삼아 만들어봤다는데 이 또한 별미입니다. 너무 많아서 솎아낸 상추모종, 깻잎모종, 쑥갓모종들이 한 데 어우러진 샐러드도 상큼한 맛을 선사 해줍니다. 그러고
보니 식탁 위에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우리 집 뒷마당에서 나온 1백퍼센트 ‘우리집표’ 유기농 식품들입니다. 한쪽에 놓여 있는 갈치구이 또한 우리가 낚시로 잡은 녀석이니 유기농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추, 근대, 쑥갓, 와사비상추, 복초이… 각종 쌈들에 밥과 갈치 한 조각을 얹고 된장찌개까지 한 숟가락 더했더니 ‘웰빙’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내고, 거름을 얹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며 정성을 들이는 만큼 녀석들도
하루가 다르게 예쁘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호박은 벌써 세 개째를 따냈고 방울토마토와 오이들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녀석들을 뚝뚝 따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삭아삭한 오이를 한 입 베어 물 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상쾌해집니다. 라스베리도 여기저기 달려 있고 올해에도 못 먹을 것 같긴 하지만 앙증맞은
포도송이들도 제법 모양새를 갖춘 채 잘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엄마, 집이 꼭 전원일기에 나오는
집 같아. 그런데 어떻게 복초이까지 길러?” 지난 주말, 우리 집에 왔던 딸아이가 텃밭을 가득 메운 복초이를 보며 놀라 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내는 복초이도 씨를 뿌려 와글와글 키우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자카란다는 이제 한창 절정에 올라 보랏빛이 더욱 진하게
다가옵니다. 그 덕에 뒷마당은 온통 보라색 눈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저녁상을 무른 후 커피잔을 들고 아내와 함께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흔들흔들 그네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푸름이 (아내는 우리
집 텃밭을 가득 메운 녀석들에게 ‘푸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천지입니다. 오늘도 자카란다 꽃 하나가 커피잔 안으로 사뿐히 내려 앉았습니다. 기분 좋은 계절, 자카란다의 보랏빛 아름다움이 사라지기 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 아름다움을, 우리의 작은 행복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야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