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영어라는 놈은… ① #7072022-07-23 19:11

영어라는 놈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문학 공부도 어려운데 남의 나라 말로 남의 나라 문학을 공부한다니….

 

우리 때는 영어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영어영문학과 즉, 영문과에 많이 갔습니다. 저 또한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좀더 정확이 표현하자면 영문법 잘하고 단어숙어를 많이 안다는, 그래서 영어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영문과를 지원했습니다.

 

들고 다니기에도 무겁고 두툼한 영어원서들을 어찌 공부했는지, 학점은 또 어떻게 잘 나왔는지돌이켜보면 모두모두 불가사의한(?) 일들입니다. 이 때문에 영문과는 영문도 모르고 졸업하는 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저는 후배들에게 영문과는 단순히 영어성적이 좋다고 들어가는 과가 아니다. 영어로 미국이나 영국의 문학을 공부하는 과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가야 한다고 당부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한국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문법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던 당시의 교육방식 때문에 우리 때에는 아무리 영어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영문법은 꽉 잡고 있을지언정 영어회화는 거의 젬병이었습니다.

 

사실 확인은 안됐지만 이런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네 명이 종로2 YMCA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외국인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여기서 동대문을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

 

외국인과의 대화 경험이 없었던 그들은 당황 끝에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This road go.” 그럼에도 그 외국인은 “Thank you”를 연발하며 그쪽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들이 가리킨 손가락 방향을 봤던 겁니다.

 

한 무리의 여대생들이 깔깔대며 명동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외국인 청년 둘이 오더니 말을 걸었습니다.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외국인 청년들이 전공이 뭐냐?”고 물었고 그녀들은 “drug, drug… drugstore”만을 연발했습니다.

 

그러자 한 청년이 “Oh, Pharmaceutical Sciences!”라고 외쳤습니다. 그녀들은 약국 (drugstore)이라는 단어만 떠오를 뿐 약학과 (Department of Pharmaceutical Sciences)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던 겁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학 입학을 며칠 앞두고 가깝게 지내던 여학생과 덕수궁엘 갔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여학생을 세워놓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는데 한 외국인이 다가와 뭐라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포터블카메라 렌즈셔터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열심히 얘기했지만 저로서는 무슨 얘기인지 몰라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을 뭐라 얘기하던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리를 떴습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왜 렌즈뚜껑을 안 열고 사진을 찍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람은 렌즈뚜껑을 닫은 채 구도를 잡고 있던 저를 오해했던 거였고 저는 여학생 앞에서 그렇게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날의 사건, 아니 봉변은 저로 하여금 영어를 더더욱 미친(?)듯 공부하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대학 4년 내내 저는 영문과 학생으로뿐만 아니라 영자신문 (English Newspaper) 기자와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영어라는 놈과 최대한 친하게 지냈습니다.

 

거기에 영문과 교수이면서 영자신문 영어간사 (English Advisor)였던 미국인 교수와 거의 붙어(?)살다시피 하는 통에 저의 영어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새삼스런 얘기이지만 원어민과 함께 지내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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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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