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언 발에 오줌 누기? #7052022-07-23 19:10

언 발에 오줌 누기?!

 

얼마 전부터 한국설렁탕 김일남 사장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늘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그의 식당이 요즘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손님이 별로 없던 주변 설렁탕집들에 눈에 띄게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손님이 줄어들자 그들이 가격을 내려서라도 손님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 앞다퉈 덤핑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도 그들이 김 사장네 식당보다 1천원이 싼 6천원을 받을 때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5천원, 심지어는 4 5백원까지 가격을 내리자 그 여파가 만만치 않게 나타난 겁니다.

 

15년째 같은 장소에서 설렁탕 전문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일남 사장은 고기는 반드시 질 좋은 한우를 사용하고 거기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깊숙이 우려낸 사골국물을 사용합니다.

 

한국설렁탕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김 사장의 이 같은 원칙에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깨끗한 환경이 더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설렁탕집들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자 김 사장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수도 줄었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한 끼에 2천원, 2 5백원이 싼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었을 겁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저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재료비 내고 종업원들 월급 주고 가게 세 내고가게가 돌아갈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김 사장이 내린 결론은 정도(正道) ,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올바른 길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싼 맛에 다른 설렁탕집으로 가는 손님들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김 사장네 설렁탕을 변함 없이 찾아주는 손님들에게는 더욱 맛 있는 설렁탕과 더욱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주변 설렁탕집들이 설렁탕 국물에 커피 크리머나 분유를 섞었고 한우를 사용한다고 써 붙여놓고는 미국산 소고기 그것도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이상하리만치 싼 가격 뒤에는 분명 뭔가가 숨어 있게 마련입니다. 재료를 정직하게 쓰지 않거나 종업원을 줄여 서비스 퀄리티를 떨어뜨리거나 하지 않고서는 버텨나갈 재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눈속임을 하며 덤핑을 일삼았던 주변 설렁탕집들은 모두 과태료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규제에서 풀려나면 제대로 된 설렁탕을 만들어낼지는 의문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전에는 을 녹이려고 오줌을 눠봤자 효력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임시변통은 될지 모르나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사태가 더 나빠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재료를 속이고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덤핑을 계속하다 보면 당장은 매출도 오르고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상황이 안 좋고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비단 설렁탕집뿐만 아니라 이는 어떤 업종에든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변칙 또는 반칙에 의한 언 발에 오줌 누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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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