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참금… 얼마면 되겠니? 얼마 전, 한국 MBC-TV ‘여성토론 위드’에서 ‘결혼도
돈으로 산다?’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문직남성들이 예비신부들에게
수억 원의 결혼지참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 변호사
등 ‘사’자가 붙는 직업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여성 측에서 병원 (혹은 사무실), 아파트, 승용차 등 열쇠 3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식이(?) ‘결혼지참금’이라는 이름의 현금거래로 바뀐 겁니다. 그 프로그램에 방청객으로 나온 한 아주머니는 “나도 의사아들 결혼시키면서 결혼지참금을 ‘좀’ 받았다. 의대 6년부터
인턴, 레지던트, 군의관,
전문의까지, 재수를 한 번도 안 시켰는데도 의사아들 하나 키우는데 꼬박 19년이 걸렸다. 그 정도는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습니다. 의사와의 결혼을 지상목표로(?) 삼은
학원강사 K씨(31)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사들을
소개받다가 여덟 번째로 만난 강남지역의 한 종합병원 의사로부터 결혼지참금 12억 원을 요구 받았습니다. ‘반드시 의사와 결혼하겠다’는
일념에 K씨는 중견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졸라 돈을 마련했지만 결국 1년여 만에 이혼을 했습니다. 12억 원으로 병원을 개업한 남편이 처가에
병원 투자비용을 계속 요구하면서 불화가 생긴 겁니다. 과거에는 ‘뚜쟁이’들이 중간에서 결혼지참금 액수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결혼지참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신랑 쪽에는 ‘더 받으라’고, 신부 쪽에는 ‘더 챙겨줘야 한다’고 부추기긴
하지만 신랑 쪽과 신부 쪽이 직접 돈 얘기를 하지는 않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정보업체가 자리잡은 요즘에는 양가가 직접 결혼지참금 액수를 주고받다
보니 분쟁이 늘어나게 된 겁니다. 지난해 11월,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공개 온라인커뮤니티에 ‘결혼지참금 2억원 대기업녀 vs. 무일푼 초등학교교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다른 조건들은 따지지 않고 경제적인 면만
고려했을 때 누가 좋을지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의사들이 줄줄이 댓글을 달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단 목돈부터 챙기고 봐라’는 식의 의견들이 많았고 ‘뼈빠지게 일하고 아내의 현금인출기로 살 수는 없으니 받을 건 받자’는
식의 댓글도 여러 개 달렸습니다. ‘결혼지참금 잘 받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결혼지참금으로 받을 아파트를
누구 명의로 할지, 결혼지참금은 3억-4억원이 적당할 듯한데 통장으로 받아야 할지 등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연봉 1억원당 결혼지참금 15억원’을
주장하는 나름대로의 계산법도(?) 나왔습니다. 결혼지참금? ‘며느리도, 사위도 내 자식이다’라는 생각만 갖는다면 결코 생겨날 수 없는 명제입니다. 거액의 결혼지참금을 주고 받는다고 행복이 보장될까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호화 결혼식을 치르고 신랑신부 결혼예물이며 양쪽 집안 예단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쏟아
붓는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서로의 사랑이 담긴 평범한 반지
하나씩만 나눠 끼어도 ‘사랑으로 하나된’ 신랑신부라면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양쪽 집안이 호화 결혼식이나 고급 예물,
예단에 들일 돈을 아껴서 두 사람이 작게라도 내 집을 갖고 출발하는데 힘을 보태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딸아이에 이어 아들녀석의 결혼도 그런 식으로 준비할 생각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