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Queen’s Birthday였던 월요일 오후, 오랜만에(?) 뒷마당 데크에서 아내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는 데다가 따스한 햇살까지 기분 좋게 우리를 반겨줬습니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이 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게 없고 맨날 여름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언제부터인가 4계절을 느끼게 됐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몸이 이곳 기후에 적응이 돼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늦가을쯤부터는 확실히 춥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르고 지냈던 단풍과 낙엽도 확연히
보입니다. 우리 집 뒷마당 포도나무 잎사귀들도 붉게 물들었는가 싶더니 어느새 하나도
남지 않았고 잔디밭 여기저기에는 낙엽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춥다는 핑계로 뒷마당에 자주 나와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움이 참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선이 멈춘 곳… 옆집
담쟁이덩굴들이 우리 집까지 떼거리로(?) 넘어와 삐쭉삐쭉 흉하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녀석들을 다듬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원가위를 들고 가지들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보기 싫은 것 조금만 치고 말아야지’ 했던 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어느새 아내도 제 옆에서 가지치기 작업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하여튼 못 말려. 둘이 똑같다니까… 근데 일이 점점 커지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가지치기 작업은 결국 뒷마당 전체를 정리하는 것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조금 높은 곳에는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힘닿는 데까지 정리작업을 했습니다. 무엇이든 사람 손가는 만큼 좋아지는 법… 우리의 손길을 따라 뒷마당은
금세 말끔하고 예뻐졌습니다. 도중에 비가 간헐적으로 뿌리긴 했지만 맞아도 될 만큼 기분 좋은 비였던
터라 우리의 작업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잘라낸 가지들이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였고 마침 카운슬에서
큰 쓰레기들을 쳐갈 시점이어서 우리는 그것들을 여러 다발로 나눠 묶어 앞마당에 내놨습니다. 시원한 박카스 한 병을 마시다가 얼핏 눈에 들어온 뒷마당 잔디… ‘저것까지 깎고 나면 더 개운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망설임 없이
Lawn Mower 시동을 걸었습니다. 싱그러운 풀 냄새가
또 다른 기분 좋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짧게 끝내려 했던 우리의 작업은 결국 어둑어둑해져서야 마무리됐습니다. 아내와 제가 극성을(?) 떨었던 탓에 뒷마당은 완전히 깔끔하고 예쁘게
단장됐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동안 모발폰에 들어있는 ‘좋은
노래’들이 작업을 독려했고 데크 물청소를 마칠 무렵에는 조경수의 ‘행복이란’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이 생명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하리.
이 목숨 다 바쳐서 영원히 사랑하리…’ 7, 80년대를 풍미한 가수 조경수 (영화배우 조승우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가 1978년에 발표한 이 노래는 잔잔한 멜로디와 예쁜 노랫말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행복이란 그 크기와 종류, 색깔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매사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비까지 간간이 맞아가며 뒷마당에서 몇 시간을 뜻밖의 노가다로(?) 보낸
후 마주한 불고기와 소주 한 잔… 그날, 아내와 저에게 행복은
또 한 번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