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광고의 힘 ① #6872022-07-23 19:00

광고의 힘 ①

 

아직도 깡통 달고 다니니?’ 18년전, 한국에 웨딩카라는 개념이 채 정립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당시에는 신랑신부를 태운 자동차 뒤에 여러 개의 빈 깡통을 끈으로 매달아놓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막 끝낸 신랑신부가 탄 자동차가 달리면서 주렁주렁 매달린 빈 깡통들이 바닥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했어요!’라고 알리는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아직도 깡통 달고 다니니?’는 당시 주요 일간지에 전면칼라로 게재됐던 한 웨딩카 전문회사의 광고 헤드카피였습니다. 웨딩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한 젊은 사장이 웨딩카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우연찮은 기회에 그 광고 컨셉 잡는 일과 카피라이팅 작업을 저와 제 후배기자가 맡았습니다.

 

빈 깡통을 요란스럽게 매달아놓은 자동차 옆에 온 사방이 예쁜 꽃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멋진 웨딩카 한 대가 신랑신부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등장합니다.

 

뭐니? 촌스럽게 깡통이나 끌고 다니고이 정도는 타줘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이라 할 수 있지 않겠니?’ 하는 이미지를 주는 겁니다. 얼마 후 그 사장은 광고 덕을 톡톡히 봤다며 카피라이팅 비용 1 50만원과 함께 우리에게 크게 한턱을 쐈습니다.

 

1990, 한국에서 새로운 여성지 <미즈>가 창간됐습니다. 모든 여성지가 잘나가는 톱 여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게 코디해 표지모델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미즈>는 좀, 아니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창간호 표지모델로 잘 알려지지 않은 패션모델을 내세운 건 물론이고 머리는 완전히 뽀글뽀글 볶아 얼핏 보면 미친년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미즈>가 내건 창간 캐치프레이즈는 가히 도발적인 당신, 끼 있어?”였습니다.

 

이 회사는 <미즈>보다 1년 먼저 남성지를 창간했습니다. <맨즈라이프>라는 이름의 이 남성지 또한 대중들에게 익숙지 않은, 그러나 강한 느낌의 남자를 표지모델로 내세웠습니다.

 

창간준비를 하면서 <맨즈라이프> TV 광고까지 과감히 때렸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 작은 연설대를 놓고 한 남자가 이렇게 외칩니다. ‘남자에게도 생활이 있다!’

 

그 남자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좀 이상하게 생긴 외모에 머리는 올백으로 넘긴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그보다 더한 연출도 흔하지만 24년전에 그 같은 컨셉을 만들어낸 건 참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입니다얼마 전 종영된 KBS 2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에서 나온 감동적인 광고카피 중 한 개입니다. 지하철 계단에 에베레스트 산을 그려놓고 그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올라가기가 너무도 힘든 에베레스트 산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그 드라마에서 나온 또 하나의 명 카피입니다. 노숙자들의 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제작된 이 광고는 신문 두 면을 통째로 펼쳐 사용했는데 그 넓은 지면에 누런 갈색이불만 달랑 넣어놓고 아래쪽에 조그맣게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라는 카피를 담고 있습니다.

 

그 밑에는 조금 더 작은 글씨로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이 한 줄 더 붙어 있습니다.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줘 기대보다 훨씬 많은 모금을 이뤄냈습니다. 참 대단한 광고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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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