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우리가 늘 행복한 이유는… ② #6852022-07-23 18:59

우리가 늘 행복한 이유는

 

물이 완전히 찼다가 빠져나갈 무렵에 잘 잡힌다. 아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가 가장 좋다. 밤 아홉 시까지 갈치 입질을 못 받으면 집에 가는 게 낫다. 연어는 오전 열한 시 이전 아니면 오후 세 시 이후에 나온다. 파도가 3백에서 5백 정도일 때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참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 좋은 자리, 이른바 포인트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찌가 좀더 멀리 날아가면 잘 잡힐까 싶어 있는 힘을 다해 던지기도 합니다. 수심을 5미터로 놨다가 더 깊게 혹은 더 낮게 바꿔보기도 하며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그럼에도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비법은(?) 따로 있다고들 합니다. 농담처럼 던지는 한 마디 물고기가 물어줘야 잡지!’입니다. 물론, 고수들의 노하우나 물고기를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도 필요하겠지만 물고기가 와서 붙어주지 않는 한 물고기 잡는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꼭 잡고야 말겠다며 눈을 부릅뜨고 있어봤자 물고기가 물어주지 않으면 결국 입질 한 번 못 받고 자리를 접게 됩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뒤덮은 별들에 취하고 그림처럼 피어 오르는 물안개에 넋을 놓곤 합니다. 가끔은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글을 읽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기도 합니다.

 

낚시 고수들이 보기에는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아내와 저는 낚시터에서의 그런 모습들이 참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잘 안 가는 맨 끝자리를 선호합니다. 비교적 편안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 아내와 저는 일주일 만에 다시 우리의 놀이터를 찾았습니다. 다행이 우리가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어 오늘도 별 볼 일 없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물고기가 잘 안 잡히는 요즘 상황에 바람까지 거세게 불고 파도까지 심했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끓여먹는 라면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아빠! 어디 가?’의 귀염둥이 먹보 윤후를 떠올리며 우리도 그렇게 라면을 와구와구맛있게 먹었습니다. 포만감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과 저런 구상에 빠져 있었고 바람은 여전히 잦아들 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에얼핏 제 찌가 물속에 들어가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뭐지? 순간적으로 힘차게 낚아챘습니다. 제법 묵직한 느낌옆 사람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 갈치네?” 녀석을 완전히 들어올리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저는 녀석이 풀밭에 패대기 쳐지고 나서야 녀석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풀밭에서 퍼덕이고 있는 녀석의 키는 1 40센티미터였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갈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제 낚싯대에 다시 한 마리의 갈치가 붙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조금 작은 1 15센티미터였습니다. 그리고 또 조금 지나 유난히 작아 보이는 33센티미터짜리 테일러까지

 

밤 열한 시 반쯤 우리는 자리를 접었습니다. 바람이 몹시 거세게 불던 그날 밤, 우리만 갈치 두 마리를 통에 담았습니다. ‘물고기가 물어줘야 잡는다는 평범한 진리, 거기에 마음을 비웠던 탓에 우리의 기쁨은 두 배가 됐습니다.

 

그날도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는 버티컬을 한 손으로 제치고 우리를 반겨줬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잡은 갈치를 양손에 들고 인증샷을 찍는 아내의 다리에 해삼이도 연신 얼굴을 부벼대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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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