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미친 짓? #6692022-07-23 18:30

미친 짓?!

 

처음엔 참 신기했습니다. 11년 전, 호주에 온지 3개월 남짓 만에 첫 크리스마스를 맞았는데 한국과는 달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은 집들이 많은 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쁜 집들을 찾아 다니며 사진도 찍고 비디오 촬영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듬해 크리스마스 때부터는 우리 집에도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집안 꾸미는 걸 좋아했고 한국에서도 해마다 아파트 베란다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놓곤 했던 전력이(?) 있었기에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이 시작된 건 우리가 우리 집을 갖게 된 2006년부터였습니다. 그전에는 앞 뒷마당 여기저기에 크리스마스 라이트와 장식품들이 소박하게(?) 걸리는 정도였지만 우리 집이 생긴 후부터는 뒷마당 수영장에까지 범위를 넓혀 과감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습니다.

 

지금 동네도 그렇지만 그때도 조용하기만 했던 동네에 우리가 들어가면서 온 사방이 번쩍대기 시작하자 동네 사람들 모두가 놀라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전에 살던 동네 사람들은 2009년 크리스마스부터 우리 집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라지자 많이 서운해했다는 후문입니다.

 

대신 지금 사는 동네 사람들이 그때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크리스마스 장식을 우리와 함께 4년째 즐기고 있습니다.

 

미쳤지저 짓을 왜 한대?”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돈들이고, 힘들이고, 요즘처럼 전기료도 엄청 오른 상황에서 이건 어쩌면 속된 말로 돈지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해마다 그 미친 짓을 계속합니다. 우리의 수고와 약간의 투자로 일년에 한 번,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예외 없이 우리 집 앞마당과 뒷마당에는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 라이트와 장식품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이를 위해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을 포함한 우리 가족은 2주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짬짬이 준비를 해왔습니다.

 

깨끗이 정리된 잔디 위에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라이트와 장식품을 설치하고 작년에 첫 선을 보였던 스노우 폴 (Snow Fall)도 처마 밑에 걸었습니다. 스틱 모양의 LED 등에서 불빛이 아래 위로 움직여 마치 눈송이가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스노우 폴은 지난 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사실, 우리 집 뒷마당에서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Everyday Christmas’가 매일 밤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기료 걱정 없는 Solar Light들이 1 3 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사방을 밝혀주고 있는 겁니다.

 

앞마당의 라이트들도 한 번 구입하면 몇 년 동안은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대부분 전기료를 최소화하는 LED 제품들이라서 구입비용이나 전기료에 대한 걱정도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노라면 걸리는 시간과 노력도 그렇지만 집요하게 달라붙는 파리떼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땀 흘리며 일한 후 잔디에 둘러 앉아 먹는 햄버거 한 개와 시원한 콜라는 또 다른 행복이자 즐거움입니다.

 

이제 대림시기가 시작되는 이번 주 일요일 저녁부터 우리 집에서도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라이트들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올해에는 늘 안 좋다. 안 좋다하던 경기가 심하게 안 좋아 모두들 힘들어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풍요롭게, 예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라이트와 함께 Merry Christmas를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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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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