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가족이 는다는 건… #6642022-07-23 18:27

가족이 는다는 건

 

이젠 제법 아는 척, 친한 척도 합니다. 얼굴에 손을 갖다 대면 코를 벌름거리며 뽀뽀(?)도 하고 상추나 양배추를 주면 오물오물 맛 있게 먹습니다. 가끔씩은 우리 차 옆 그늘에 엎드려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 사는 토끼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 우연히 토끼 두 마리가 우리 집 앞마당에서 노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그날 이후로 녀석들은 아예 우리 집 앞마당, 난이 무성한 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어딜 가는지 한참씩 안 보이다가도 문득 들여다보면 저만치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경계의 눈빛을 보이더니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거나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지금 호주는 개체수가 엄청 불어난 토끼와 전쟁상태라고 하지만 아내와 저는 우리 집에서 가족(?)처럼 살고 있는 토끼들이 반갑고 귀엽기만 합니다.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어미 새가 날아들자 여러 마리의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내는 소리였습니다.

 

얼마 전 입주한 웨스트 라이드 사무실 주차장 입구에 이름 모를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여럿 품고 있습니다. 벽 한쪽을 자세히 올려다 보면 어린 새끼들이 귀엽게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거 먹자!” 하며 과자를 들어 보이면 아내와 제가 하얀 앵무새라고 부르는 Cockatoo가 여기저기에서 몰려 듭니다. 그리고는 아내와 제가 들고 있는 과자를 하나씩 물고는 자카란다 나무 위로 올라가 맛 있게 먹습니다.

 

녀석들은 그렇게 한 놈이 두세 개를 받아 먹으면 양이 차는지 또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곤 합니다. 우리 집 뒷마당 한 가운데에 둔 모이통에는 Cockatoo는 물론 분홍빛, 초록빛 앵무새들, 그리고 비둘기까지 몰려들어 맛 있게 모이를 먹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갖던 녀석들도 가끔씩은 시껍한(?) 순간을 맞기도 합니다.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가 문득 녀석들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대기 때문입니다.

 

평소 순하기만 하던 녀석이 얼마 전 열댓 마리의 새들이 잔디에까지 내려와 모이를 먹고 있길래 집안에서 못 나오게 했더니 그날부터 가끔씩 새들에게 심통을 부리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더불어 사는 가족들이(?) 한없이 정겹고 새들에게 질투하는 해삼이의 모습도 귀엽기만 합니다.

 

지난 화요일 밤, 아내와 저는 우리 집 가족을 한 명 더 늘렸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 생기면 한 명씩 늘려나가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에 의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자체 사무실을 구입하고 입주한 것은 분명 기쁘고 감사한 일이기에 월드비전을 통해 또 한 명의 어린아이에 대한 후원을 시작한 겁니다.

 

이번에는 아내의 이름으로 몽골에 사는 세 살짜리 남자아이를 우리 가족에 포함시켰습니다. 매달 우리가 보내주는 43불이 그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데 작은 힘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동안 아들녀석, 아내, 그리고 제가 후원하던 세 명의 아이가 각각 후원과정을 마치고 독립해나갔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내 이름으로 세 명, 제 이름으로 세 명, 그리고 딸아이 부부가 한 명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함께 나누는 삶, www.worldvision.com.au가 그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1 3백명이 넘는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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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