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엄마는 못 말려? #6322022-07-23 18:12

엄마는 못 말려?!

 

어이구! 안녕하세요? 김 사장님도 이거 드시러 오셨군요. 우리도 <코리아 타운> 보다가 이 광고가 눈에 띄길래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왔습니다. 맛 있게 많이 드십시오.”

 

보리비빔밥 뷔페. 커다란 양푼(?)에 갖가지 나물과 채소들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쓱쓱 비벼먹는 맛은 고향의 맛, 시골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도 이런 메뉴들을 만나면 새삼 되살아나는 감정입니다.

 

우리, 장작구이 오리도 반 마리만 먹을까?” 이미 보리비빔밥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전에 몇 번 맛봤던 장작구이 오리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그래! 맛 있겠다. 근데자기야, 우리오리 한 마리 시키면 안 될까?”

? 한 마리 다 먹을 수 있을까?”

아니그게 아니고…”

 

결국 우리는 장작구이 오리 한 마리를 시켰습니다. “저기요, 여기 오리 한 마리를 주시는데, 반 마리는 여기서 먹고 반 마리는 테이크 어웨이로 해주실 수 있지요?” 그제서야 아내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맛 있는 걸 먹다 보면 떠오르는 아이들 생각어쩔 수 없는, 못 말리는 엄마의 마음인 모양입니다. 아내는 우리가 먹는 것과는 별도로 한쪽에 오리고기 몇 점을 올려놓고 숯불에 구웠습니다.

 

이미 장작구이로 어느 정도 익혀져 나온 걸 숯불에 한 번 더 살짝 구워 먹게 돼 있는 오리고기를 아내가 그렇게 열심히(?) 굽는 이유는 아들녀석 때문이었습니다. 딸아이 부부야 자기 집에서 구워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아들녀석이 사는 아파트에서는 고기를 굽는 게 금지돼 있는 탓입니다.

 

아내는 서비스로 나온 대창까지 맛 있게 구워서 양쪽 컨테이너에 나눠 담았습니다. 그렇게 딸아이 부부에게 줄 것과 아들녀석을 위한 것을 완전히 담은 후에야 아내는 비로소 오리고기를 맛 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트코나 울워스 등으로 쇼핑을 가면 아내는 가끔씩 우리가 필요한 양보다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사곤 합니다. 아들녀석과 딸아이 부부에게 슬그머니나눠주기 위한 아내의 작전입니다.

 

G마켓을 통해 인터넷쇼핑을 할 때도 아내는 역시 슬그머니이런저런 것들을 몇 가지 더 담아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합니다. 하지만 아내의 그런 작전(?) 속에는 언제나 너무 자주도, 너무 많이도 주지는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이 들어 있습니다. 뭐든 지나쳐서 좋을 건 없기 때문일 터입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갑자기 출근길의 저한테 애들한테 오늘 점심 같이 먹자고 해줄래?”라고 했습니다. 생각지 않았던 번개 점심을 가진 자리에서 아내는 두 아이에게 자그마한 컨테이너를 하나씩 건네줬습니다. 지난 주말에 장조림 할 것이라면서 꽤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사더니 그런 뜻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지난 주에도 딸 얘기, 자식 얘기를 했지만 이런 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 행복의 진정한 크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씩 엄마 아빠한테 아무 말 없이 시원한 박카스 두 병을 내미는 무뚝뚝한 아들녀석이나 엄마, 이거 내가 만든 건데 한 번 먹어봐!” 하며 반찬 그릇을 내미는 딸아이의 예쁜 마음들이 함께 하기에 아이들을 향한 엄마의 못 말리는 사랑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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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