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힘 ② 지붕 위에서 시커먼 연기를 쉴새 없이 내뿜는 굴뚝과 공장 벽을 연결해 권총을 하나 커다랗게 그려 넣습니다. 권총 총구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그림이 완성됐고, 그 공장이 공해와 환경오염의 주범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지난 주에 언급한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이 만든 또 다른 광고입니다. ‘광고천재 이태백’의 실제 주인공은 ‘이제석’이라는 서른 한 살의 실존인물입니다. 지방대학 졸업 후 받아주는 광고대행사가
없어 동네 간판가게에서 일하던 이제석은 뉴욕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광고공모전들에서 스물아홉 개의 상을
받아냈습니다. 한국에서 ‘이제석광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을 펴냈고 저도 그 책을 한 권 샀습니다. 광고천재가
만든 광고들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12년 전,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제가 가진 명함은 ‘편집인/사장’으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은 ‘광고를 따오는 일’이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상황이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저는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다른
매체에 실린 광고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전이었습니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광고에 대해 제 나름대로
더 나은 컨셉을 잡고 카피와 디자인도 새롭게 해 before와
after를 보여주는 방법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내신 광고를 제가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하는 식이었습니다. 새로
개발된 ‘관절염에 좋은 건강식품’에 대해 갖가지 성분만 나열하고
있는 광고에 저는 ‘어머님, 아버님, 이제 편안히 주무십시오!’라는 헤드카피를 얹었습니다.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통증 때문에 잠을 푹 잘 수 없고 관절이 걱정되는 분들은 주로 연세가 높은 부모님 세대라는데
착안을 했던 겁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저를 향해 ‘이 친구 뭐야?’ 하는 반응을 보이던
광고주들도 제가 내놓는 광고시안을 보고는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렇게 저는 광고를 하나씩 둘씩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중국집인데
광고는 중국집처럼 만들지 말라! 한동안 다른 매체에 광고를 하던 중국음식점이 <코리아타운>에 광고를 의뢰하면서 던진 화두였습니다. 어린
시절 최고의 외식메뉴였던 짜장면… 요즘이야 피자나 햄버거, 치킨에
그 자리를 내주긴 했겠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인기메뉴 중 하나입니다. 그 짜장면을 아이들끼리 먹으러 갈
경우는 극히 드물 테고… 그렇다면 중국집이 아닌 ‘중국요리전문
가족식당’으로 컨셉을 잡고 거기에 한참 인기몰이를 하는 MBC TV
‘아빠! 어디 가?’와 접목을 시켜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짜파구리’로 대표되는 ‘먹방’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런 요소들을 잘
꿰어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슬며시 들른 그곳에는… 손님들이
가득했습니다. 2주 전에는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내용을 추가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젠… 일요일도 OOO이다!’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일요일에도 OOO에서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광고가 나가고 처음 맞는 일요일… 저도 가족들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일요일 오픈’ 광고가 나간 첫 주였지만 손님들이 가득했습니다. <코리아타운>이 광고를 잘 만들어줘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광고의 힘’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좋은 광고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만족할만한 음식과 서비스가 한데 어우러져야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광고의 힘’보다는 음식의 힘, 제품의 힘, 서비스의
힘이 더 강조되는 대목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