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행복한 이유는… ① 낚시터에 왜 가세요? 참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 당연히, 물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실제로 1미터 60센티미터가
넘는 갈치를 들어올릴 때의 기분이란 분명 짜릿함 그 이상입니다. 비치에 꽂혀 있던 낚싯대가 부러질 정도로 휘면서 시작되는 연어와의 한판
싸움도 쉽게 잊을 수 없습니다. 7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녀석들을 끌어올렸을 때의 쾌감 또한 말로는 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물고기가 잘 안 잡힙니다.
갈치도 그렇고 연어도 그렇고 속된 말로 꽝 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아내와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낚시터를 찾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 가끔씩 나타나는 물안개, 그리고 얼마 전 한 지인의 얘기를 듣고서
새삼 관심을 갖기 시작한 ‘물위에 떠있는’ 별들의 아름다움까지…. 비록 물고기는 못 잡아도 우리의 통에는 그렇게 항상 아름다움들이 가득 담깁니다. 갈치 낚시터까지 가는 길에 아내와 저는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누고 숲길을
달릴 때면 모든 차창과 썬루프까지 활짝 열어 제칩니다. 그리고 접하게 되는 특유의 나무 냄새, 숲 냄새…. 연어 낚시를 위해 가는 큰 바다에서는 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과 바다가 주는 특유의 냄새가 어우러져 엔돌핀이 팍팍 올라갑니다. “즐기다 오세요.” 우리가 종종
들르는 낚시점 사장님이 우리에게 건네는 인사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잡으세요”라고 하는데 반해 그 사장님의 인사는 참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 위험한 곳을 찾기도 하고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많이 잡지는 못해도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낚시터라면
훨씬 더 행복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 주에는 우리 옆자리에서 젊은 부부가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부에게는 두 살부터 다섯 살까지의 아주 어린 여자아이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있었는데 작은 텐트 속에서
라면도 끓여먹으며 함께 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가족은 아빠가 잡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스내퍼 한 마리를 갖고 밤
아홉 시쯤 돌아갔습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 아이들한테 맛있게 먹이는 부부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어? 너 언제 왔니?” 우리가 갈치 낚시를 하는 곳에는 귀여운(?) 포썸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 녀석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 여기저기를 다니며 미끼 봉지에 손을
넣어 정어리를 꺼내먹곤 합니다. 가끔은 모진 사람을 만나 낚싯대로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아내와 제가
녀석을 친구처럼(?) 대하는 탓에 우리 쪽으로 자주 옵니다. 그날도 우리가 준 정어리 한 마리를 맛 있게 먹고 난 녀석은 과자며 과일을
넣어둔 연두색 가방을 욕심 내다가 물고기를 잡으면 담으려고 둔 하얀 통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기까지 했습니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녀석의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그날도 빈 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는 이미 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가 마치 사람처럼 한 손으로 버티컬을 제치고 삐쭉 내다봅니다. 우리의
모습이 확인되자 해삼이는 아예 몸을 완전히 내밀고는 얼른 들어오라며 야옹 거리기 시작합니다. 갈치를, 연어를 담아오지 못해도 우리가 늘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그림들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