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참 맛있다, 그치?” 아니… 새한테 주라는 과자를
왜… 자기가 먹고 있담? 뒷마당 빨래건조대 위에서 열댓 마리의
하얀 앵무새 (Cockatoo)들이 저마다 손에 과자를 한 개씩 들고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맛있네!” 녀석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던 아내가 웃으면서 과자 한 개를 자기 입으로 가져 갑니다. 뒷마당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모이통에서는
여러 마리의 하얀 앵무새가 모여 앉아 만찬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버릇이 됐는지, 녀석들은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과자를 바로 우리 앞에서 입으로 받아먹는 게 너무너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야생으로 지내는 녀석들은 맛있는 과자를 받아먹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우리
집으로 몰려듭니다. 가끔씩은 초록색이나 빨간색, 분홍색 앵무새들도
오긴 하지만 주종은 하얀 앵무새들입니다. 이 녀석들은 우리가 얼른 과자를 주지 않으면 얼른 달라고 깩! 깩!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더 극성맞은 녀석들은 아예 주방 쪽 스크린
도어에 매달려 문을 흔들어대기까지 합니다. 지난 주말, 잔디를 깎고 뒷마당
데크에 앉아 시원한 물을 들이킬 때 제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입니다. 우리 집 앞마당과 뒷마당 잔디를 깎는 데에는 적게 잡아 두 시간이 걸립니다. 요즘엔 툭하면 비가 오는 탓에 잔디가 쑥쑥 자라 일주일에 한 번씩 깎아줍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뒤로 잔디가 숲을 이뤄 기계가 두세 번씩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매주 깎아주는 게 편합니다. 깎을 때는 땀도 나고 힘도 들지만 잔디를 깎고 난 후 느껴지는 싱그러운
풀 냄새는 더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선물입니다. 우리가 정원 손질을 하는 동안 우리 집에 몰려온 녀석들이 쉴새 없이 깩! 깩! 대며 보챘던 탓에 아내는 꽃이며 과일, 채소에 물주던 일을 멈추고 그렇게 녀석들의 입에 과자를 물려주고 있었습니다. 데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저는 새삼 ‘행복’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던 이민초기
시절, 우리는 저렇게 잔디를 깎고 정원 관리를 하고 강아지며 고양이,
새들과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저와 함께 1년 반 동안 세븐
데이로 Woolworths 새벽 청소를 했던 아내. 순전히
저의 찌질함 때문에 이국만리에서 어려운 시간을 겪었고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홀시어머니 모시기는 이곳에서까지 모두 21년 동안 계속돼야 했지만 아내는 항상 웃는 얼굴로 행복과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저는 생수병을 든 채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겨 있었고 아내 주변에는 더 많은
하얀 앵무새들이 몰려들어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저한테 빠져 험난한 길을 자초했던 바보 같은 친구… 그래도 지금은 제가 커피도 타고 라면도 끓이고 드물게 설거지도 해주는 탓에 조금은 더 행복해 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우리, 신혼 같지 않아?” 가끔 아내가 들뜬 목소리로 재잘대는(?) 소리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내와 저는 아들과 딸을 내쫓고(?) 지금 신혼
아닌 신혼, 제2의 신혼 기분을 내고 있습니다. “커피 참 맛있다, 그치?”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마친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예쁜 불빛이 가득한 뒷마당을 바라보며 다시 재잘대는
아내의 얼굴에서 저는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행복 속에는 늘 긍정만을 생각하고 긍정만을 얘기하며 긍정만을 행동해온 아내의 사랑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