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지아야! 지아야! 그쪽으로 가면 안돼! 뛰지 마! 뛰지
마! 에이… 지아, 이
귀염둥이 녀석…” 일곱 살짜리 후 (가수 윤민수 아들)가 여섯 살짜리 지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송종국 딸)에게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가끔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지아씨!”를 외치는 후 때문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틈만 나면 ‘지아야! 지아야!’를 남발하며(?) 지아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슬금슬금 지아를 껴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지아 아빠한테 걸린 후는 “지아 안을 때는 삼촌한테 허락 받고 안아야 돼!”라는 경고와 함께 꿀밤을 맞기도 합니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설날을 맞아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은 후와 지아가 서로
‘사랑의 총알’을 주고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타 그 귀여움을
더해줬습니다. ‘딸 바보’ 송종국에게도 후는 이미 적잖은
경계의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아 아버님, 힘 내세요!’ 하며 뜬금없이 내뱉는 후의 이 한 마디는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만듭니다. 한국 MBC TV ‘일밤 - 아빠! 어디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어설픈 다섯 아빠와 그들의 다섯 아이가 엄마 없이 갖는 1박2일 좌충우돌 여행을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일면 리얼 다큐의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일곱 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과의 여행은 물론
생활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다섯 아빠들의 엉성함과 다섯 아이들의 꾸밈 없는 행동들이 어우러져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아빠! 어디가?’가 나오기 전에는 한국 SBS TV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습니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맨 등이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스튜디오 안에서 녹화가 이뤄집니다. SBS 아나운서 박찬민의 세 딸, 그
중에서도 막내 민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야말로 ‘국민 귀요미’로
등극했고 탤런트 정은표의 아들 지웅이와 딸 하은이도 스타급으로 거듭났습니다. 개그맨 염경환의 아들 은률이도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 아빠
또는 엄마가 아이들과 평소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줬다면 ‘아빠! 어디가?’는 평소 함께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아빠들이
자신의 자녀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며 생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어설픈 아빠와 어린 아이가 처음 접하는 산골마을의 시골 집 또는 한 겨울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음식도 만들어 먹고 살을 부대끼고 지내는 모습은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줍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저 나이였을 때 얼마나 놀아주며 함께 했을까? 기껏해야 아파트 맞은편 중앙공원에서 야구공, 축구공, 배드민턴 갖고 몇 번 놀아준 게 전부는 아니었을까? 여름휴가 때
동해안에서 몇 차례 함께 했던 것 말고 다른 뭐가 더 있었을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살을 부딪치며 놀아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 어디가?’는 참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빠! 어디가?’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가졌습니다. 하나는 ‘아빠! 어디가?’가 ‘스타주니어쇼 붕어빵’보다
더 많은 인기와 사랑을 얻게 된 것을 보면서 ‘역시 영원한 1등은
없다,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아빠! 어디가?’ 출연자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평소에도’ 저렇게 아이들과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