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나이 먹기?! “세상에… 70년생이라구? 그때도 사람이 태어났었네…” 새로 뽑힌 수습기자 명단에서 ‘임진미 / 1970년 1월 28일 생 / 1992년 2월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예정’을 발견하고 기자들과 웃으며 했던 얘기입니다. 이른바 ‘빠른 70’으로 1969년생들 틈에 섞여 뽑힌 그 수습기자가 우리 부서로
배치되자 차장데스크를 맡고 있던 저는 그에게 ‘천연기념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는 아기처럼(?) 예뻐했습니다. 물론, 그 아기(?)기자는 이후 최고의 여성지 ‘여원’의 명성에 걸맞게 유능한 기자로 쑥쑥 자라났습니다. 그로부터 22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햇병아리 기자도 이제는 마흔 세 살의 징그러운(?) 나이가
됐습니다. 아직도 기자생활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아내가 됐을 것이고 아이 엄마가 돼
있을 겁니다. 문득 그 후배기자 생각이 난 건 지난 화요일이 제 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7년 전, 돌이킬 수 없는 50이라는
숫자가 제게로 왔을 때 ‘나도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더 이상은 나이를 먹지 말자. 내년부터는 1년마다 한 살씩
빼나가는 거다!’라고 저만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 같은 원칙에 의해 저는 올해로 ‘마흔
세 살’이 됐습니다. 앞의 그 여기자와 같은 나이가 된 겁니다. 지금 아기 같았던 그 후배 여기자를 다시 만난다면 동갑끼리(?) 술이라도
한 잔 찐하게 해야겠습니다. “저도 낼 모레면 육십인데요…” 지난
주말, 지인의 집에서 가졌던 모임에서 저와 나이가 같다던 한 남자가 했던 얘기입니다. 낼 모레면 육십… 정말 징그러운,
그리고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내와 저는 매년 나이를 거꾸로 한 살씩 먹어가면서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지나치게 나이에 걸맞지 않으면 문제이겠지만 젊은 사고방식을 갖고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 뭐야? 뭐야? 뭐야? 나 저장
하나도 안 했는데 작업한 거 다 날아갔겠다!” 가끔씩 <코리아타운> 사무실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입니다. 갑자기 사무실이 깜깜해집니다. 일에
열중하고 있던 사람들은 뜻밖의 정전에(?) 하나 같이 화들짝 놀랍니다.
재미있는 건, 컴퓨터 본체나 모니터는 꺼지지 않고 형광등만 모두 꺼졌음에도 전기가 몽땅
나간 걸로 순간 착각하고 허둥대는 겁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 노래에 맞춰 촛불이 예쁘게 반짝이는 케익을 들고 <코리아타운> 사람들이 그날의 주인공 앞으로 다가섭니다. 폭죽이 터지고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나옵니다. 생일 케익은 회사에서 제공하지만 서로서로 조금씩 정성을 모아 생일선물도 전해줍니다. 지금의 <코리아타운> 사무실은 불을 완전히 다 꺼도 사방이 대낮처럼 환해서 그때의 깜짝 놀라는 기분은 안 나지만 지난 화요일에도
그 같은 의식이 치러졌습니다. 광고카피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는데 예쁜 초
한 개가 꽂힌 케익을 들고 <코리아타운> 가족들이
제 책상 앞으로 모여든 겁니다. 생일축하 노래에 이어 그들은 앙증맞은 생일축하카드와 1년 만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저를 위해 헤네시 꼬냑 VSOP를
한 병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올해로 마흔 세 살, 작년보다
한 살 더 젊어졌으니 좀 더 열심히, 좀 더 열정적으로 뛰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예쁜 마음을 갖고 있는 <코리아타운> 가족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