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할아버지 “응. 그래, 서영아. 할아버지 지금 네가 만들어준 샌드위치 먹고 있어. 맛 있지, 그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인 걸. 걱정 마. 할아버지, 열 한 시까지만 하다가 갈 거야. 너도 셀렉티브 간다고 건강 해치면서까지
공부하진 말고… 그래, 그래, 얼른 자. 할아버지도 우리 서영이 사랑해요.” 나직나직한, 그러나 정감 넘치는
따뜻한 목소리로 손녀와 통화하는 노신사의 모습이 달빛을 받아 더욱 중후하고 멋지게 비쳐집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얼른 걷어 들이겠습니다.” 그분은 늘 낚싯대를 아주 정확히
직선으로, 자기 앞으로 똑바로 던집니다. 그럼에도 어쩌다가
살짝 옆으로 빗나가면 옆 사람에게 급 사과를 합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도 낚싯줄이 옆 사람 쪽으로
붙는다 싶으면 곧바로 걷어 올립니다. 별다른 수다 없이 혼자 조용히 낚시를 즐기다가 돌아가는 서영이 할아버지는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늘 행복한 모습이고, 그분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도 덩달아 평화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반면에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러인지
실수인지 자기 앞이 아닌 옆 사람 쪽으로 45도, 심하게는 60도까지 꺾어서 낚싯대를 던집니다. 자신이 던져 놓은 낚싯줄이 흘러서
옆 사람에게 붙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 틈에 끼여 앉는 날이면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또 한 사람은 왼쪽으로 몰아 부치면 양 쪽에서
삼각형으로 조여, 가운데 끼인 사람은 낚싯대 던질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세워놓고 기다려도 천하태평입니다.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뿡, 뿌~웅!’ 그 사람이 뀌는 방귀 소리입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여러 차례의 연발입니다. 아, 게다가 바람을 타고 냄새까지 고스란히 옆으로 전해져 옵니다. 많은
사람들, 여자들과 아이들까지 있는 공공장소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꺽, 꺼~억!’ 이번에는 트림입니다. 정말
더럽습니다. 달빛과 별빛에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했던 기분이 완전히 잡쳐집니다. 어? 이건 또 뭐지? 담배
연기가 솔솔 날아옵니다. 본인이야 낚싯대 드리우고 방귀도 뀌고 트림도 하고 담배까지 피니 최고의 기분이겠지만
옆 사람들은 정말 곤욕스럽습니다. 옆에 있는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여자 어린아이가 담배 연기에 연신 콜록거리지만
그 사람은 전혀 괘념치 않습니다. ‘카악! 퉤!!” 가래침을 바닷물을 향해 뱉어냅니다. 이쯤 되면 진상 중에서도
‘상진상’입니다. 앞의
서영이 할아버지와는 정말 극과 극인 사람입니다. 낚시라는 게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과 이웃하는 날이면 물고기대신 스트레스만 잔뜩 담아오게 됩니다. 서영이 할아버지 같은 분이 낚시터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날따라 차들이 쉴새 없이 오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나와 큰길로 우회전하려 서 있는데 들어서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서 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얼른 들어오라는 수신호를 보냅니다. 당연히 직진차인 그 차에게 우선권이 있었음에도 반대쪽에 차가 없고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는 양보를 해준 겁니다. 감사의 표시로 손을 들어 보이자 그 사람도 웃으며 손을
들었습니다. 차 안에는 40대쯤으로 보이는
백인 부부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날 뜻하지 않은 친절과 양보를 받은 우리는 똑 같은 양보를 평소보다
더 많이 하며 기쁜 마음으로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에는 이런 사람, 그리고 서영이 할아버지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