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리더십은… “야! 야! 오른쪽 비었다, 오른쪽. 그렇지! 이제 얼른 가운데로 올려주고! 에이… 거기서 주춤대면 안 되지. 바로 옆에 기성용도 있었잖아… 어? 어? 어? 어? 그래, 그래, 그래. 박주영. 슛! 슛! 슛! 꼴! 꼴! 꼴!” 축구경기에 빠져들다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됩니다. 막상 본인이 필드에서
직접 뛰려면 어림도 없겠지만 관중석이나 TV 앞에서는 세계 최고의 명감독이 되는 겁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학교 축구부가 해마다 몇 차례씩 우승을 하던 탓에 어지간한 사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축구에 관한 한 ‘광팬’으로 지내왔습니다. 당연히
런던올림픽 기간 중에도 저는 새벽 잠을 설쳐가며 축구와 함께 했습니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어거지’ 페널티 킥을 두 개나 영국에 ‘상납’하는 심판 때문에 엄청 열을 받았고,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는 한국이 당연히 받았어야 할 두 차례의 페널티 킥 순간에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아 울화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주심은 경기 초반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엄격(?)했고
세 장의 옐로카드를 연거푸 빼 들었습니다. 어이 없는 옐로카드를 받은 주장 구자철이 주심에게 격렬하게
대든 후부터 주심의 편파적인 판정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다행이었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사람인 이상 심판들도 잘못 보거나 실수를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정말 어처구니 없게 편파 판정, 나쁜 판정을 하는 심판들을 보면 그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생각도 안 드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쓸 데 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영국과의 8강전에서 심판이 말도 안 되는 두 개의 페널티 킥을
영국에 상납하지 않았더라면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고생을 안 했을 것이고,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두 개의 페널티 킥을 도둑 맞지 않았더라면 브라질을 꺾고 결승에 올랐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을 꺾고 값진 동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8강전, 4강전에서의 심판들의 ‘나쁜 판정’은
못내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 대목입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하루 앞둔 10일,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유도 김재범 선수 이야기 알죠? 김재범
선수는 ‘죽기살기로’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땄고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죽기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우리도 내일 한일전에서 ‘죽기로’
뜁시다!” ‘죽기로 뛰자’는
홍명보 감독의 이야기가 가슴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는 골키퍼 정성룡은 경기가 끝난 후 “다친 어깨가
성치 않았지만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필드에 나섰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가 죽기로 뛰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홍명보 감독을 지켜보면서 세 가지 값진 것들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그의 좌우명이기도
한 일심(一心), 언제나 변치 않는 ‘한결 같음’입니다. 이
‘일심’이 선수들 사이에서는 ‘일체감’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살아도 팀, 죽어도 팀’이라는
하나됨의 정신으로 완성됐습니다. 두 번째는 홍명보 감독의 ‘높임말’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반말을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선수들
역시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편한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존경심을 가집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짜증낼 시간이 있으면 눈 한 번 더 맞추고 등 한 번 더 두드려줍니다. 세 번째는 홍명보 감독의 이른바 ‘형님 리더십’입니다. 그는 마음 고생이 극심했던 박주영과 지동원에 대한 무한 신뢰로 성공스토리를 이끌어냈고, 출전기회를 못 잡아 마음 졸이던 김기희를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감독으로서보다는
‘형’의 마음으로 팀을 이끌었기에 홍명보 감독에게 런던올림픽은
더 할 수 없는 성공이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