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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그 여자가 쇼핑하는 법 #7462022-07-23 21:07

그 여자가 쇼핑하는 법

 

트롤리 한 대를 4불에 빌려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과일이며 채소며 이런 것들이 대부분 바깥쪽에 모여 있습니다. 금요일의 플레밍턴마켓토요일에 비해 덜 복잡한 만큼 물건도 조금 적고 가격도 살짝 높은 듯싶습니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토요일에는 바깥쪽은 물론, 안쪽까지 물건들이 가득 들어차 있고 오후 시간에는 여기저기에서 떨이 세일이 이뤄져 가끔은 말도 안될 만큼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초에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토요일은 어떠한 경우든 양보할 수 없는 시간이 돼버려 아내와 저는 요즘 금요일에 플레밍턴마켓을 찾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빈 트롤리를 밀고 저 아래까지 내려갑니다. 물론, 눈으로는 사야 할 물건들을 계속 스캔(?)합니다. 그리고 되돌아 올라오면서부터 우리의 쇼핑은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물건을 집어 드는 게 아니라 물건의 상태, 가격 등을 꼼꼼히 따지고 비교한 후 최종결정을 하는 겁니다.

 

저야 그저 넋을(?) 놓고 다니지만 아내는 스치듯 지나치는 짧은 순간에도 참 많은 것들을 비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신기할 정도로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집어 들곤 합니다.

 

수박을 파는 곳이 꽤 여러 집인데도 아내가 선택하는 수박은 늘 가격도 맛도 훌륭합니다. 수박 좋아하는 딸아이는 덩달아 엄마에게서 맛 있는 수박 한 통씩을 선물로 받습니다.

 

지난주에는 싱싱한 오이 한 박스를 5불에 샀고 아삭한 사과 한 박스는 8불을 줬습니다. 하지만 토마토는 한참 동안 5불짜리를 들여다보던 아내가 12불짜리 박스를 들어올렸습니다. 가격보다는 품질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 겁니다.

 

한국에서 살 때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서도 아내는 남다른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평소에 사야 할 물건을 조용히 점 찍어놨다가 그 물건이 특별 세일 혹은 깜짝 세일을 실시할 때 구매에 들어가는 겁니다.

 

당연히 가격이 평상시보다 많이 싸진 상태입니다. 그것도 상담원을 통한 전화주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주문을 합니다. 홈쇼핑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주문을 하면 또 한 번의 할인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할인 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아내는 똑 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하곤 했습니다.

 

재래시장에서도 아내는 깎아 달라, 좀 더 달라는 말보다는 눈썰미 있게 이것저것들을 따져본 후에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좋은 가격에 집어 듭니다. 시장아줌마들이 알아서 가격을 깎아주거나 서비스를 주게 만드는 재주 또한 아내에게는 있습니다.

 

요즘도 G마켓을 통해 인터넷쇼핑을 하면서도 아내는 이 같은 지혜를 유감 없이 발휘합니다. 똑같은 물건인데도 판매자에 따라 가격도, 할인폭도 조금씩 다른 데다가 G마켓에서 주는 할인쿠폰을 최대한 활용하면 역시 결과적으로는 똑 같은 물건을 아주 좋은 가격으로 갖게 되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산행회원들과 함께 아웃도어용품 전문점 Kathmandu엘 갔습니다. ‘그곳은 비싸다며 늘 G마켓에서 아웃도어용품을 구입하던 아내였기에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산행회원 한 분이 40퍼센트 할인티켓을 갖고 있어 그날은 G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아내는 그곳에서 아내와 저의 고어텍스 재킷을 구입했는데 세련된 스타일의 신상에 품질도 훨씬 좋다며 만족해 했습니다.

 

내가 직접 돈은 안 벌어와도 이렇게 해서 자기한테 돈 벌어주는 거야. 어때? 고맙지?” 아내는 가끔 이렇게 말하며 저에게 활짝 웃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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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