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이상한(?) 사람들 #7402022-07-23 21:03

이상한(?) 사람들

 

분명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대충 쓱 훑어봐도 커다란 트롤리에 들어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거나 아니면 그냥 체크하는 척 흉내만 내는 것이거나.

 

리드컴에 있는 한 대형쇼핑센터에 갈 때마다 만나게 되는 상황입니다. 계산대에서 물건 하나하나를 삑삑 소리를 내며 다 찍고 나왔는데도 출구 앞에서 두 명의 직원이 또 영수증과 트롤리 속 물건을 검사하는 겁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왠지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들도 트롤리를 한 번 쓱 보고는 영수증을 쭉 훑으며 볼펜으로 찍 긋고는 땡큐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문 앞에 서서 일일이 검사하고 있으니 허튼 짓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곳이 또 한 군데 있습니다. 이스트우드에 있는 한 약국입니다. ‘약값이 싸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그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그런데 그 약국 앞에는 항상 건장한 남자가 하나 서있습니다. 손님들은 약국을 나서면서 예외 없이 가방이나 쇼핑백을 열어 그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때마다 그 남자는 고개를 쭉 빼고 안을 들여다 봅니다.

 

혹시라도 가방 안에 이상하다 싶은 게 있으면 끝까지 확인합니다. 특히 여자의 경우라면 아내는 물론, 딸아이의 가방도 함부로 들여다봐선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인데 생판 모르는 남자가 너무도 당당하게 남의 가방을 참견하는 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아무리 그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 돈 내고 약을 사서 나오면서 도둑놈 혹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짓을 하는 일부 나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 집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불편한 점은 처방전을 내고 약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통상적으로 2, 30분은 된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약을 조제하는 것도 아니고 처방전에 따라 이미 나와 있는 약을 내주는 건데도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10분 정도만 기다리라는 말과는 달리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 짜증이 나곤 합니다. 그럼에도 그 집을 이용하던 저는 지금은 그곳에 가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약국을 나올 때마다 이상한 남자의 기분 나쁜 눈초리를 받는 것도 싫었는데 결정적으로 제가 그 집에 가지 않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앞으로 20대 초반의 중국인 커플이 약국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그들은 다정히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문 앞의 그 남자가 정말 느끼하고 음흉한 눈빛으로 여성의 몸을 아래 위로 쓰윽훑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 새끼가!”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그 집에 가지 않습니다. 설사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를 않은 겁니다. 나중에 비교해보니 다른 약국들도 그 집과 비슷한 가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제가 좀 별나거나 과민반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기분 좋게 물건을 사고 기분 좋게 음식을 먹고 나올 수 있어야 하는 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괜한 의심의 눈초리나 기분 나쁜 눈빛 없이 서로 믿고 유쾌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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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