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7332022-07-23 21:01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꽃할배’ 4인방이 씩씩하고, 밝고, 멋지고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온 지난주 금요일 tvN ‘꽃보다 할배에서는 떼쟁이 막내 백일섭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환승을 위해 파리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던 소주 10병이 문제가 되자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안절부절, 초조해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소주를 챙긴 백일섭은 그날 밤 바르셀로나의 한 카페에서 소주 한 병을 와인 글라스에 따라 기분 좋게 완샷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언제 봐도 아기처럼 밝은 미소가 정겨운 신구도, 지극한 아내 사랑으로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라 불리는 박근형도 모두모두 나름의 매력을 발산했지만 이날은 맏형 이순재가 단연 돋보이는 일정이었습니다.

 

짓궂은 나영석 PD의 사전음모에 따라 짐꾼 이서진이 빠진 상태에서 네 할배들만이 스페인으로 향했고 파리공항 환승에서부터 바르셀로나공항 도착, 그리고 숙소 찾아가기까지의 모든 일정이 오롯이 이순재의 책임으로 떠넘겨졌습니다.

 

큰형이 다 알아서 할 거야!”라며 철없이(?) 떠들고 노는 세 동생을 이끄는 이순재의 모습은 차라리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열네 시간의 비행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스페인어와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봤고 마침내 자신의 리더십으로 밤늦은 시각, 숙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직진 순재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순재는 맨 앞에 서서 가장 먼저 움직이며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세 동생들에게 작은 것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세심함도 잃지 않았지만 책임자로서 갖게 되는 극도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나름 유창한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길을 찾아 나아갔지만 바르셀로나공항에서는 이런저런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자신의 짐 가방을 놓고 가는 그답지 않은 실수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바르셀로나에서 이순재가 보여준 리더십은 훌륭했습니다. 그가 프로그램 말미에 쏟아놓은 이야기들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우선, 짐꾼 이서진이 없어 자신이 앞장섰던 것에 대해 그는 부담이 됐지만 함께였기에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어른행세 하며 대우나 받으려고 주저앉으면 늙어버리는 겁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는 아직 내가 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쭉 나가면 되는 거지요. 우리 나이쯤 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당장 할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고 끝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팔십이라는 건 빨리 잊어버려야 해요. ‘아직도 육십이구나하고 살아야지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그래서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갖는 책임과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호주회사에서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최건희 사장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회사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총각시절에는 돈 모을 줄도 모르고 흥청망청, 대충대충 살던 윤성주씨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 낮에 직장 다니는 일 외에 스스로 저녁청소와 새벽청소를 찾아 쓰리 잡을 뛰는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무리 큰 어려움이나 힘든 일이 닥쳐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항상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도 리더로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일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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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