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응답하라 수상한 그녀?! #7292022-07-23 20:58

응답하라 수상한 그녀?!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는 한국 tvN ‘응답하라 1994 (응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이 드라마는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됐음에도 최고시청률 10.43퍼센트를 찍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는 지상파채널의 30-40퍼센트와 맞먹는 수치라고 합니다.

 

신촌하숙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을 통해 1994년을 기점으로 하는 그 시대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응사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고아라 (성나정 역)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다소 드센(?) 모습이긴 했지만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로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응사에서 조윤진 역을 맡은 도희 (4인조 걸그룹 타이니지의 멤버이기도 합니다)에게서 또 다른 매력을 느꼈습니다.

 

조그마한 몸집에 151센티미터의 작은 키를 가진 열아홉 살 도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거침없는 욕설은 극중 윤진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묘한 흥분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도희는 응사를 찍고 나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각종 광고는 물론,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도 빈번히 출연했고 영화 은밀한 유혹에까지 전격 캐스팅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저는 또 하나의 괴물을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개봉 3주만에 6백만을 돌파하며 숨가쁜 관객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이 그 주인공입니다.

 

1994531일생이니까 역시 스무 살이 채 안된 어린 친구인데 그러한 그가 칠순 할머니 역할을 아주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있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칠순 할머니 오말순 (나문희 분)청춘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은 뒤 느닷없이 스무 살 오두리 (심은경 분)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2 1역 휴먼 코미디 영화입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 시드니에서 수상한 그녀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잘 만든 영화였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역 출신으로 써니, 광해-왕이 된 남자 등의 영화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 태왕사신기, 거상 김만덕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심은경은 이 영화를 통해 성인연기자로서의 첫걸음을 뗐는데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등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자신의 역할을 아주 능청스럽게 잘 해냈습니다.

 

수상한 그녀를 위해 심은경은 일부러 살도 찌우고 노래연습도 끊임없이 해 영화 속의 노래들을 모두 직접 해냈다고 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계속했던 겁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좌충우돌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다가 어느 순간 롤러코스트를 타듯 급전직하,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며 눈물을 뽑아냅니다.

 

아니, 난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똑같이 살란다. 그래야 내가 니 엄마고 니가 내 아들이 되지.” 그날 수상한 그녀에서 얻은 심은경의 명대사입니다.

 

영화 말미에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에(?) 관객들의, 특히 여성관객들의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지면서 영화는 다시 한 번 롤러코스트를 탑니다.

 

워뗘? 후달려?” 영화는 그렇게 유쾌하게 끝이 납니다. 영화 홍보차원에서가 아니라 수상한 그녀는 분명 잘 만든 영화, 볼만한 영화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9)까지 채스우드와 브로드웨이 호이츠 (Hoyts)에서 상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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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