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껌딱지(?) 가족 #7152022-07-23 19:15

껌딱지(?) 가족

 

, 토니! 오래 기다렸지? 그런데 오늘은 왜 혼자야? 테레사는?” 예의 그 대만인 텔러 아주머니(?)가 이렇게 물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그날따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내를 의자에 앉아 있게 하고 저 혼자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아내가 창구로 온 건 그 아주머니가 틀림없이 아내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테레사랑 토니를 보면 참 기분이 좋아. 늘 함께 다니는 모습이 정말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거든. 테레사는 혈색도 좋아지고 더 날씬해진 것 같네. 매일 수영 다니며 열심히 운동해서 그런 모양이지? 물론, 토니가 잘 해줘서 그렇긴 하겠지만…” (웃음)

 

그분은 바쁜 중에서도 우리를 향한 수다를 멈추지 않습니다. “토니가 굉장히 가정적이고 좋은 남편인 것 같아. 테레사한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항상 공주 받들듯 하잖아. 테레사의 눈에도 언제나 토니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고…”

 

지난 주 금요일, 이스트우드 NAB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대만인 여성 텔러 한 분과 우연찮게 친해졌는데 우리는 은행 일을 보면서 늘 가벼운(?) 수다를 떨곤 합니다. 아내와 제가 늘 붙어(?) 다니는 탓에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분은 길게 목을 빼고 아내를 찾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늘 일과 사람과 술에 절어(?) 낙제점을 기록했던 제가 호주에 와서는 어쩌다 보니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아내를 여왕이나 공주처럼 극진히 모시는 건 아닌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인식해 쑥스럽고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 가게에서도 아내가 저보다 조금 뒤에 들어오면 ? 오늘은 왜 혼자예요?”라든가 그러면 그렇지. 왜 바늘 오는데 실이 안 오나 했어하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아내는 길을 걸을 때도 습관적으로 제 손을 잡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사랑이 철철 넘치는 부부로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저는 그런 아내를 향해 졸졸이더 나아가 껌딱지라고 놀리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졸졸이, 아니 껌딱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뒷마당에 나가 물을 주고 있노라면 제 껌딱지, 아내가 어느새 제 근처에 와 있고 아내 옆에는 예외 없이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가 껌딱지처럼 붙어 있습니다.

 

이 녀석은 저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말 컴퓨터처럼 아니 위치추적기처럼 꿰뚫고 있습니다. 저는 나가든 들어오든 신경을 안 쓰는데 반해 아내가 수영장에서 돌아오면 어떻게 아는지 쏜살같이 문 쪽으로 달려갑니다.

 

낚시를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면 거실 버티컬 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고 내다보다가 우리를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내를 발견하고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평소에도 아내를 졸졸졸 따라다니고 뒷마당에서 놀다가도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총알 같이 달려오는 해삼이는 숫제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 수준입니다. 어떨 때는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의 무릎 위에 스스로 올라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안겨 있습니다. 코까지 골며 단잠에 빠지기도 하는 녀석입니다.

 

저한테는 가끔 기분이 좋을 때나 고기나 간식이 먹고 싶을 때 슬그머니 다가와 얼굴을 쓱 문질러주든지 눈을 깜빡여주는 게 고작이지만, 그래서 가끔은 얄밉기도(?) 하지만 껌딱지 아내에 이어 껌딱지 해삼이도 저에게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쁨, 작은 행복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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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