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꽃보다 할배? #7022022-07-23 19:09

꽃보다 할배?!

 

떼쟁이(?) 막내 백일섭(69)이 파리 지하철역에서 커다란 장조림 통을 냅다 집어 던집니다. 한국을 떠나올 때 부인이 애써 챙겨준 거지만 그것 때문에 가방이 무겁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아 계단 오르기, 아니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던 백일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돌발행동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순재(78)직진 순재라는 별명에 걸맞게 뒤따라오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걷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둘째 신구(77)한 터프하는 셋째 박근형(73)까지, 이들 네 할배는 매회 개성 있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할배들 틈에서 걸그룹과의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가짜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팔자에 없는 짐꾼 겸 가이드,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이서진(42)까지매주 금요일 저녁에 펼쳐지는 다섯 남자의 배낭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즐거움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들인 데다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고급 호텔이나 럭셔리 카를 연상케 하지만 이들은 민박도 하고 지하철도 타고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는, 말 그대로의 배낭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19) 세 번째 방송에서 이들은 파리 여행을 마치고 노틀담 대성당이 있는 접경도시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으로 렌터카를 빌린 이들의 또 다른 모습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기대됩니다.

 

이날 ‘꽃보다 할배’는 전국 평균시청률 4.5퍼센트, 최고시청률 6.1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tvN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방송임에도 ‘꽃보다 할배’는 첫 방송부터 4퍼센트를 훌쩍 뛰어넘는 시청률로 이른바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종편이나 케이블은 시청률이 1퍼센트만 돼도 성공으로 인정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꽃보다 할배’는 분명 대박의 연속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KBS MBC, SBS 등 지상파에서 방송됐으면 20퍼센트를 훌쩍 뛰어넘는 시청률을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꽃보다 할배’ 뒤에 올해 서른 일곱 살의 나영석이라는 중견 PD가 있습니다. 그는 2007 8 1, KBS-2TV의 대표예능 ‘12을 탄생시키고 그 프로그램을 5년 가까이 명실상부한 국민예능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입니다.

 

2012 2 19일을 끝으로 ‘12그리고 KBS와 결별한 나영석 PD CJ E&M으로 자리를 옮겼고 1년여의 공백 끝에 ‘꽃보다 할배’라는 기상천외한(?) 예능 프로그램을 들고 화려한 복귀를 했습니다.

 

4년 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KBS-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F4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것처럼 지금은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할배 H를 딴 H4로 불리고 있습니다.

 

평균나이 74세의 할배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들에게 배낭을 짊어지고 낯선 거리를 떠돌게(?) 하는 접근방식, 그건 아마도 연출천재나영석이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광고천재 이태백’ (드라마의 모델이 된 실제 주인공의 이름은 이제석입니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설픈 실력이나 흉내, 각종 반칙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일을 해나갈 때 우리 교민사회의 발전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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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