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세상에나… 낚싯대에 거북이가
잡히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낚싯대가
엄청 휘면서 찌가 물 속으로 쭈욱 빨려 들어가는 순간 ‘대물’임을
직감했습니다. 녀석과 힘겨운 ‘밀땅’을 계속하는데 저만치에서 갈색의 커다란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들뜬
마음에 있는 힘을 다해 녀석을 끌어당겼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대물은 대물이었지만 덩치가 꽤 큰 거북이였습니다. ‘저걸 어쩌나…’ 싶었는데 바늘이
부러지면서 녀석이 도망을 쳤습니다. 별 일도 다 있다 싶어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낚싯대를 던져 아내와 저는 몇 마리의 물고기들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묵직한 입질이 왔고 확실한 챔질에 뭔가 커다란 놈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전보다 훨씬 힘이 센 녀석이라서 ‘그루퍼? 킹피시?’ 하며 열심히 당겨 올렸는데 ‘헐…’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낚싯대
끝에서는 아까보다도 훨씬 더 큰 거북이가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을 끌어올려야 보내줄 텐데 대형 뜰채를 갖다 대도 들어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잠시 멘붕 상태에 빠져 있는데 이번에도 바늘이 부러지면서 녀석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낚싯대로 거북이라니…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황당한 일은 다음 날 저녁에도 일어났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 근처 비치에 나가 낚싯대를 던져 넣었는데 곧바로 40센티미터가
넘는 브림이 달려들었습니다. 아내가 뭔가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는가 싶었는데 이내 대단한 덩치의
상어 한 마리가 낚싯대까지 부러뜨리며 끌려왔습니다. 거북이에 이어 상어까지… 맛
있는 활어회에 대한 꿈은 사라졌지만 아내나 저나 손맛 하나는 제대로 봤습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무슨 날이든 기념일 챙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번에는 제 생일을 기념해 2박
3일 저비스 베이 여행을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다녀오려 했지만 산행팀 멤버들에게 우리의 계획이
들통나면서(?) 인원이 열한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흔히 ‘여행’ 하면 돈도 많이 들고 멀리 가야 하는 걸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의 여행은 대부분 그리 멀지 않은 곳,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은 곳으로 이뤄집니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 집에서 세 시간 남짓 걸리는 저비스 베이 언저리는 상당히
좋은 여행지입니다. 이번에 함께 한 산행멤버들은 2박 3일 동안 편하게 먹고 자는데 1인당 80불 가량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꽤 경제적인, 매우 가성비가 좋은 여행입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곱고 하얀 모래를 지니고 있다는 하이암스
비치에도 갔고 야생 캥거루와 앵무새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부더리 국립공원에도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이미 몇 번 다녀온 곳이었지만 처음 가는 산행멤버들이 그곳에서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잘못
해석하면 맨날 놀고 먹기만 하자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는 노래이지만 ‘노랫가락 차차차’는 열심히 일하는 현대인들에게 휴식 혹은 여행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노래입니다. 2절에서는 ‘가세가세 산천경계로. 늙기나 전에 구경가세’라는 구절도 나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리 튼튼할 때 여기저기 많이 다녀야 한다’는 산행 선배회원들의 조언대로 올 한해 동안은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기로 했습니다. 물론, 경제적 효율적인 여행으로입니다. 매일매일, 한주한주를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낚시와 산행 혹은 여행으로 우리의 행복 크기를 늘려나가는 시간으로 최대한 활용해야겠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