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낚시터의 즐거움 그리고… #8332022-07-23 22:01

낚시터의 즐거움 그리고

 

우리, 낚시 갈까?” 뜬금없는 이 한마디로 우리는 화요일 밤 아쿠나베이에 자리를 폈습니다. 참 못 말리는 부부입니다. 누구 하나라도 싫다고 하면 어그러졌을 텐데 이럴 땐 예외 없이 의기투합입니다.

 

평일인데다가 와글와글 갈치소식이 아직인 탓인지 나름 좋은 포인트로 알려진 왼쪽에 몇 사람이 있을 뿐 전반적으로 한적합니다. 요즘은 뉴카슬에서 갈치가 많이 나와 이곳의 주력멤버들이 대거 그쪽으로 몰려간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아내와 저는 참 편하게, 그리고 배짱으로(?) 낚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갈치가 많이 나온다는 뉴카슬은 너무 멀어서, 고등어가 풍년이라는 키야마는 위험해서그밖에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바위낚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잡히면 좋고 안 잡히면 말고하는 식임에도 남들 못지 않게 물고기를 챙겨오는 걸 보면 참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서 아쿠나베이까지 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그곳에 가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유와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가끔씩 가는 연어 낚시터에서도 비치에 낚싯대를 꽂아놓고 드넓은 바다와 마주하다 보면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한 힐링이 됩니다. 그곳까지 가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도 우리에겐 즐거운 데이트가 됩니다.

 

우리는 오른쪽 맨 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좋은 포인트가 아니라고 냉대(?)받는 자리이지만 조용히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우리는 그 자리를 좋아합니다. 밤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별들과 물 위에 떠있는 빨간 불빛들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역시 큰 물고기는 없고 조그마한 녀석들이 계속 달려들긴 하지만 전혀 반갑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오느라 저녁밥도 안 먹은 상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밥과 김치를 꺼냈습니다. 소풍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의 식사를 방해하며 덤벼든 꼬마 열로테일을 풀어주고 다시 밤 하늘과 밤 바다를 벗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두 시간 남짓 동안 그곳을 즐겼습니다. 돌아오는 길, 창문을 모두 열고 썬루프까지 열어젖혀 놨더니 사방팔방에서 좋은 냄새들이 들어옵니다. 산길을 돌아 나오는 동안은 혹시라도 튀어나올지 모르는 왈라비, 포썸 이런 녀석들 때문에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를 유지합니다.

 

그날 한 가지 씁쓸함이 있었다면 쓰레기는 각자 가져가세요라는 안내문 바로 아래 수북이 쌓여있는 쓰레기더미였습니다. 더군다나 그 속에 들어 있던 참이슬이라는 한글이 선명한 소주병은정말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인에게서 소개 받은 와프에서 두 시간 남짓 놀다 온 적이 있는데 우리 옆에서 호주인 아주머니 하나가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중국인 청년 두 명이 낚싯대를 열심히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담배연기가 솔솔 풍겨왔고 그 아주머니는 연신 기침을 해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두 사람이 짐을 챙겨 나갔고 아주머니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중국인들이 미끼로 쓰던 새우 수십 마리를 와프 여기저기에 버려놨고 비닐봉지 등 쓰레기도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Fishing is relax, fish is bonus’라며 낚시를 즐기던 아주머니의 얼굴에 실망과 분노의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내일이면 다 말라붙어 와프가 더러워질 거야라며 그 아주머니가 치우려는 걸 제가 얼른 나서서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낚시철이 다가오는데 유감스럽게도 곳곳에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휴식과 편안함, 그리고 즐거움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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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