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부러운 이유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7회까지
모든 타자들이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한테 꽁꽁 묶여 꼼짝도 못하고 끌려왔으니…. 이때까지 한국이
얻어낸 안타는 고작 한 개뿐이었습니다. 그리고 8회까지의
스코어는 0대 3, 그야말로 패색이 완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드라마’는 시작됐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선두타자 양의지 대신 오재원을 대타로 내세웠고
그는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노리모토 다카히로 투수에게서 안타를 빼냈습니다. 김 감독은 이어 김재호
대신 손아섭을 대타로 기용했고 그 역시 안타를 쳐내며 노아웃에 주자 1, 2루의 황금 같은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정근우의 연속안타가 터져 귀중한 1점을
얻었고 이용구의 데드볼로 만들어진 만루찬스에서 김현우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다시 1점을 추가해 스코어는
2대 3, 한 점 차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대호의 2타점
역전타가 불을 뿜으면서 스코어는 마침내 4대 3으로 뒤집혔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며 오재원·손아섭 대타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던 김인식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 회심의 카드를 빼 들었고 그의 작전은 멋지게 들어맞았습니다. 오재원을 먼저 내보낸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오재원이 우리 선수들 중 가장 배짱이 좋다. 발이 빠르고 상대 투수와의
심리전에도 능하다. 손아섭은 타격능력이 뛰어나고 찬스를 이어주는데 아주 적절하다. 주자가 나가있을 때는 오재원보다 손아섭이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4대 3으로 경기를 뒤집어놓고는 일본의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잠재우기 위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아웃 카운트를 투아웃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퍼시픽리그 홈런왕 출신 나카무라 다케야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를 이현승으로 교체, 멋지게 그를 잡아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19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2015 WBSC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전 이야기입니다. 거의 패한 경기를 마지막 순간에
뒤집은 김인식 감독은 이른바 ‘도쿄대첩’을 이뤄낸 국민적
영웅이 됐고 고쿠보 히로키 일본감독은 걷잡을 수 없는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날 한국과 일본 두 팀의 명암은 ‘감독의
머리싸움’에 의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고쿠보 감독이 승리를
확신하고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교체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역전승은 불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 감독의
적절한 대타기용과 투수교체가 없었더라도 마찬가지 결과였을지 모릅니다. ‘역대 최고의 약체 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은 치밀한 준비, 세밀한
관찰, 적재적소 기용 원칙을 지키며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작전을 펼쳤습니다. ‘믿을 수 없으면 쓰지 말고 믿을 수 있으면 과감하게 쓰라’는 용병술의
기본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김 감독은 오재원과 손아섭의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는 말처럼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번 경기는 내 인생 최고의 한일전이었다. 하지만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계속 마운드를 지켰더라면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9회초 일본 벤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 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틀 후 벌어진 결승전에서는
1회부터 득점을 하는 편안한 경기를 펼쳐 세계 최강 미국을 8대
0으로 꺾고 ‘2015 WBSC 프리미어 12’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2005년 초 찾아온 뇌경색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68세의 노장은 그렇게 또 하나의 기록,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역사를
써냈습니다. 김인식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과 카리스마가 참 많이 부러운 요즘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