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금요일 이야기 #7992022-07-23 21:34

금요일 이야기

 

전날 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게 다가옵니다. 어릴 때는 한국의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배웠는데 호주의 하늘은 그보다 훨씬 더 예쁜 것 같습니다.

 

우리, 커피 다 마시고 나면 잔디 깎을까?” 우리는 늘 그런 식입니다. 어느 하나가 그런 생각을 하면 다른 하나도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안 그래도 텁수룩해 보이던 뒷마당과 앞마당 잔디는 그렇게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었고 제가 잔디 깎는 기계를 돌리는 동안 아내는 복숭아, 사과, , 레몬, 오렌지, 비파 나무 가지를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잔디에는 클로버를 비롯한 잡초만 골라서 죽이는 제초제를 시원하게 뿌려줬습니다. 지난해 그 고생을 하며 새로 깐 잔디 여기저기에 클로버며 잡초들이 버티고 있어 그 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소에는 가까이하지 않던 시원한 콜라 한 캔이 묘한 상쾌함과 활력을 더해줍니다. 내친 김에 미뤄왔던 자동차 목욕까지 시작했습니다. 잔디를 깎고 정원을 정리하느라 이미 세시간 가까이 노가다를(?) 했음에도 어디에서 그 같은 에너지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비도 여러 차례 오고 때도 좀 끼어있었던 우리의 애마는 다시 뽀얗고 하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침 밥도 안 먹고 벌써 몇 시간 동안을 이러고 있습니다. 갓 이발을(?) 마친 잔디의 싱그러움과 함께 불 판 위에서는 맛있는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습니다.

 

문득 한국에서 빽빽한 고층아파트 단지에서 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나마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9만평이 넘는 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아주 조금이나마 자연을 벗삼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가봐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 회사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만 근무하지만 누군가 하나는 금요일에도 회사엘 가야 합니다. 회사로 도착한 이번 주 <코리아타운>이 잘 나왔는지도 살펴봐야 하고 메일링 작업도 해야 하고 은행업무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가 이 일을 대신했지만 손금 도둑놈을 가지고부터는 다시 내 일이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침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시간도 어느새 오후 세 시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다시 의기투합, 차에 낚싯대를 실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낚시를 안 가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많은 일을 한 우리에게 상을 주기 위해 특별히 번개(?)낚시를 하기로 한 겁니다.

 

예상대로 낚시터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우리는 제일 끝 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낚시가 시작됐지만 두 시간 가까이 입질도 없고 온 사방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라면 두 개를 맛있게 끓였습니다. 그리고는 막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려는데 아내가 커다란 갈치 한 마리를 끌어 올립니다. 키도 제법 크고 덩치도 있는 녀석입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 후 이번에는 제 낚싯대에 한 녀석이 붙었고 이내 반짝반짝 은빛 찬란한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냈습니다.

 

라면은 이미 퉁퉁 불어터졌지만 그깟(?) 라면이 대수이겠습니까? 지난주 금요일은 우리에게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정말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가 돼줬습니다.

 

밤 아홉 시쯤 우리는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두 분이 오늘 장원입니다. 두 분이 그렇게 함께 다니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 조심해 들어가세요.” 아내의 옆자리에서 낚시하던 분이 우리를 향해 던진 이 한 마디가 우리의 기분 좋은 금요일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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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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