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나영석?! 전문직업인. 제가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애착을 갖고 진행했던 꼭지 이름입니다. 각 분야에서 오랜 경력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정상급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로
진행했던 이 꼭지를 통해 저는 한국갤럽 박무익 회장, 연극연출가 기국서, 영화감독 정지영, 무대미술가 신선희 등 수십 명의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전문가의 입을 통해 해당분야와 그 사람에 대한 A부터 Z까지를 이끌어내는 작업이었기에 사전준비도,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에 따르는 보람 또한 말로는 다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지금도 제가 전문직업인 꼭지를 진행하고 있다면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KBS 2TV ‘1박2일’을 정상에 올려놓고 케이블채널 tvN으로 옮겨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로 대박행진을 이은 나영석 PD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그가 연출한
‘꽃보다…’ 시리즈의 3탄
격인 ‘꽃보다 청춘’이 첫 전파를 탔는데 평균시청률 4.6퍼센트, 최고시청률 6.1퍼센트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케이블채널로서는
‘대단한’ 기록입니다. 꽃보다 청춘에는 윤상(46), 유희열(43), 이적(40) 등 20년지기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나영석 PD는 ‘여행을 위한 예비모임’으로 알고 나온 그들을 당일 페루 행 비행기에 반강제로 태워버렸습니다. 세 사람의 소속사와 매니저들과는 사전공모가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심지어는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3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페루에 도착한 그들은 좌충우돌하는 40대 세 남자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나영석 PD는 1박2일 때도 그랬고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연출로 출연자와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특별한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꽃보다…’ 시리즈가 대박행진을 계속할 수 있는 데는
또 다른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가 인기 정상의 네 할배들에게 배낭을 짊어지게 한 것도 신선했지만
조금은 생소한 해외여행지를 택해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꽃보다…’ 시리즈를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계속 내보내는 대신 적당한 공백기들 두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기다림을 자극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잊어버릴
만 하면’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을 들고 나오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tvN은 나영석
PD에게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보라”며 멍석을 깔아줬고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요소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나영석 PD와 tvN은 지금 대박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들고 계신 책이 <코리아타운> 창간 15주년 기념호입니다.
하지만 창간 15주년을 내세울만한 특별한 아이템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교민매체들 중 가장 볼 게 많다’는 평을 듣고 있는 <코리아타운>이지만 지속적인 지면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늘 죄송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에 의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유능한 인력 확보와 제작비 지원에서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창간 열다섯 돌을 맞으면서 <코리아타운>도 나영석 PD처럼 그리고
tvN처럼 많은 분들의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상적인 여건들’이 얼른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봤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