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바 없다, 그럴 리 없다… 고국의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자신은 모르는 얘기’라고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18일 오전
귀국한 그는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현재 얘기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얘기’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다섯 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치렀던 관계로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박 의장은 다만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그리고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나라당 돈봉투 전당대회’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그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여야 모두 ‘국회의장직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박 의장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이었다. 경륜에
걸맞게 조속히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오종식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잡아뗀다고
넘어갈 일도, 불출마로 무마될 일도 아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불출마한다거나 기억이 희미해 모르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하는 것이다. 개입 정도는 수사로 드러나겠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박희태 의장은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국회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네티즌들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모르는데
뭘 사죄합니까? 암, 몰라야지요. 안다고 하면 그 좋은 국회의장 자리 내놓아야 하잖아요”라는 빈정거림을
담은 비난도 터져 나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 ‘국회의원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답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아는
바 없다. 그럴 리가 없다. 한 번 조사 해보겠다’가 그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일단은 ‘아는
바 없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는 식으로 오리발을 내미는 겁니다. 추궁이
계속 되면 ‘그럴 리가 없다’며 다시 한 번 발뺌을 합니다. 그래도 곤란해지면 마지막으로 (보좌관을 시켜) ‘한 번 조사 해보겠다’는 답변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이걸로 끝입니다. 실제로 조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대부분 흐지부지 되고 맙니다. 문득 ‘개그맨 최효종’ 생각이 납니다만 이렇게 ‘아는 바 없다. 그럴 리가 없다. 한 번 조사 해보겠다’는 ‘3단 콤보 답변’은
당시 국회의원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무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SNS (Social Network Service)도 크게 발달해 옛날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의 정치상황이나 한 정치인의 발언을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저질렀다면 철저하게 책임지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만인들로부터 지탄 받을 일,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은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겠지만 혹여 그런 잘못을 범했다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교직자나 성직자, 봉사단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덕목이 더더욱 강하게 요구 됩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