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이유는… 집
안팎을 뒤덮은 오색찬란한 꼬마전구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쉴 새 없이 번쩍거립니다. 앞마당 한 가운데에서는
산타클로스와 눈사람이 정겹게(?) 시소를 타고 있고, 현관
앞 빨간 모자를 쓴 흰곰은 마이크를 들고 연신 ‘징글벨’을
외쳐댑니다. 그
옆의 꼬마사슴 두 마리도 캐럴을 부르느라 분주합니다. 선물 보따리를 짊어진 다섯 명의 산타클로스들이
착한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고, 안방 창문에서는 루돌프가 끄는 마차 두 대가 어디론가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장식들 중 가장 압권인 것은 지붕 처마 밑에서 아래로 하얀 불빛을 계속 떨어뜨리는 스노우 폴
(Snow Fall)입니다. 1미터쯤 되는 봉 안에 들어 있는 LED 전구 수십 개가 위 아래로 끊임 없이 움직이면서 마치 불빛이 위에서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구조입니다. 옆집의
호주인 부부는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너무너무 신기하고 예쁘다. 어쩌면
저렇게 불빛이 폭포처럼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느냐?”며 감탄을 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호주에는 아직 그런 스타일의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한국 명동성당에서 처음 스노우 폴을 만났습니다. 성당 옆 커다란 나무 위에 수십
개의 스노우 폴을 설치해놨는데 고드름이 떨어지듯, 폭포가 흐르듯 쉴 새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불빛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시드니로
돌아올 때 우리는 문제의(?) 그 스노우 폴을 끙끙대며 들고 들어왔고,
그 덕에 지금 우리 집 처마에는 모두 열여섯 개의 스노우 폴이 달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가 차를 멈추고, 또는 일부러 찾아와서 우리 집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곤 합니다.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동영상 촬영을 합니다. 가끔씩은
감탄과 환호의 소리도 들립니다. 지난 주말에는 계속 투정을 부리며 울던 꼬마아이가 우리 집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더니 이내 울음을 그치고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지금
우리 집은 매일 밤 여덟 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앞뒤로 ‘번쩍거리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도 그렇게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행복해
합니다. 가끔씩 곁들이는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돈
들이고 고생하고 그런 짓을 왜 해? 전기세도 엄청 올랐는데 미친 거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한 달 남짓 색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갖는데 있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무리’라는 게 아내와 저의 생각입니다. “고맙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까지 행복하다”며 감사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집 우편함 속에 감사인사를 적은 메모나 카드를 넣어두기도 합니다. 아내와
저는 평소 이런 저런 것들을 장식하는 걸 좋아합니다. 조금의 노력과 투자로 우리는 물론 동네 사람들, 그리고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또 다른 행복입니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한 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날씨도 마음에 안 들고 경기도 많이 안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 현관 앞에 크리스마스 라이트 한 줄, 산타클로스 인형 하나를
걸어두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행복은 때로 아주 작은 곳, 우리가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데에서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