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들과 놀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우리가 비치에 자리를 잡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캥거루 몇 마리가 자연스레
우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거리낌 없이 여기저기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놀다가 우리 옆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앵무새들이 우리의 머리 위며 어깨 위, 심지어 팔과 손바닥에까지 날아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손바닥에 펼쳐놓은 해바라기 씨를 맛 있게 먹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몸이 그들에게는 놀이터였습니다. 아내도 두 아이들도 자신들의 몸에 착 달라 붙어 있는 여러 마리의 앵무새들을 참 많이 신기해 했습니다.
그들에 있어 사람은 이미 경계의 대상이 아닌 완전한 친구였습니다. 반신반의 하면서 간 길이었지만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 캥거루들이 우리 곁에
와서 스스럼 없이 놀면서 음식도 먹고 수많은 앵무새들이 온몸에 붙어 모이를 받아 먹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동차로 세 시간 반쯤 달려서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페블리 비치 (Pebbly Beach), 8년 전 크리스마스 휴가 때 지인의 얘기를 듣고 딱 한 번 가본 곳이지만 지금도
그때의 놀라움과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 집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Cockatoo, 아내와
저는 그냥 ‘하얀 앵무새’라고 부르는데 커다랗고 하얀 몸에
노란색 볏이 멋진 그런 녀석들입니다. 이놈들이 아침 저녁으로 우리 집에 와서 과자 몇 개씩을 먹고 갑니다. 처음에는 세탁실 지붕
위에 과자를 놓아두면 먹고 가곤 했는데 지금은 아내와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과자를 자연스럽게 받아 먹습니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가 오더니 지금은 예닐곱 마리, 어떨 때는 열댓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차례를 기다려 과자를 하나씩 물고 갑니다. 숫기
좋은 녀석들은 과자를 받아 들고는 날아가지도 않고 우리 옆에 앉아서 맛 있게 먹습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놈들이 우리가 집안에 있으면 뒷마당 핸드레일에 앉아 특유의 ‘깨~액!” 하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나 왔으니 과자 달라!”는 뜻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녀석들은 주방 스크린 도어에 달라 붙어서 문을 마구 흔들어대기까지 합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녀석들은 얼른 우리 가까이로 날아 듭니다. 어떤 녀석들은 우리 집 뒷마당에서 한참 ‘보랏빛 천국’을
이루고 있는 자카란다 나무 위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아내가 “이리 와! 이거 먹자!” 하면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깨~액!” 소리를 내며
날아듭니다. 처음에는 “어쩌면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의 눈빛을 풀지 못하던 녀석들도 우리와 친해지면서부터는 편안한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냅니다. 한술 더 떠 “저 집에 가면 맛 있는 과자를 준다”며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까지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앵무새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까이 오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녀석들보다는 숫기가 좋은 녀석들, 우리 곁에 앉아서 한 손으로 과자를 들고 맛 있게 먹는
녀석들이 훨씬 더 예쁘고 정도 많이 갑니다. 조금 숫기가 덜한 녀석들은 한동안 멈칫거리다가 우리에게 다가와 얼른 과자를 받아 들고는 자카란다 나무 위로 날아가서 먹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소심하거나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지붕 위나 근처를 맴돌기만 하다가 결국 과자를 못 먹고 맙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