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낚시터에서… #5242022-07-23 17:10

낚시터에서

 

지난 휴가 때는 아무 데도 안 다녀 오셨나 봅니다.” 새해 첫 <코리아 타운>이 발행되고 나서 만난 분들 중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2주 동안의 휴가기간 동안 으레 어딘가를 다녀와서 지난 해 초의 케언즈 여행기같은 글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셨던 모양입니다.

 

지난 휴가는 일찌감치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푹 쉬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바빴던 연말이었던 탓에 그냥 아무런 계획 없이 집에서 푹 쉬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별로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어딘가를 다녀오는 게 나을 뻔 했다는 후회가(?) 휴가기간 내내 들었습니다.

 

지난 휴가기간 동안 저는 긴 여행 대신 낚시를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늘 가던 곳은 물론, 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새로운 곳에도 몇 군데 가봤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옛날처럼(?) 많은 물고기가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몇 시간 새에 팔뚝만한 고등어를 서른 마리도 넘게 잡아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나눠주곤 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가 눈에 띄게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이 뒤집어진 탓인지 아니면 아주 작은 물고기까지 마구 잡아대는 통에 씨알이 말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몇 번은 큼직한 물고기 여러 마리로 회를 떠서 소주잔에 얼큰한 기분을 느낀 건 휴가기간 중 얻은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낚시는 아내와 저의 거의 유일무이한 취미입니다. 골프는 해야지, 해야지하면서도 늘 미루지만 낚시는 별 다른 준비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어 종종 가는 편입니다.

 

물론, 우리가 즐기는 낚시는 전문 낚시꾼들한테는 낚시도 아닌 장난 같은 낚시입니다. 아내와 저는 주로 모스만에 있는 클립튼 가든이라는 와프를 찾습니다.

 

낚시를 위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는 일도, 바위낚시도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지인을 따라 간 곳이 바위낚시를 하는 곳이어서 근처 비치에서 따로 낚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날 우리는 비치에서 엄청 큰 킹피시와 브림 몇 마리를 잡아 올렸습니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면 좋지만, 작은 녀석들이 잡히면 놓아주는 재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른바 손 맛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겁니다.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의자에 앉아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끔씩 갖는 주전부리 시간도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가끔은 낚시터에서 짜증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한 번은 열 명쯤 되는 20대 외국인 무리가 낚시터에서 연신 술을 마시며 떠드는 통에 크게 언짢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낚시는 아예 제쳐두고 큰 소리로 욕하고 떠들며 경쟁하듯 트림까지 해대 주변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자리를 걷었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계속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리자 몇몇 사람들이 아내와 제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고 워낙 좁은 공간이다 보니 당연히 낚싯줄이 엉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렇게 우리 사이를 파고 든 사람들은 결국 한 마리도 못 잡고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제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곁에서 담배연기를 계속 뿜어대는 사람도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맑고 신선한 바다 공기를 비집고 솔솔 파고 드는 담배연기결코 예쁘게 볼 수 없습니다. 낚시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는 곳에서는 작은 예절부터 지켜나간다면 더더욱 행복할 것 같습니다.

 

**********************************************************************

 

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