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작은 배려가 감동, 성공을 불러옵니다 #7932022-07-23 21:32

작은 배려가 감동, 성공을 불러옵니다

 

2주 전 토요일 오후, 갑자기 우리 집 앞 아스팔트길 위로 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콸콸 수준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양의 물이 길옆 양쪽으로 시냇물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시드니워터에서는 48시간 이내에 사람이 갈 것이라 했고 화요일 아침, 협력업체 직원이 와서 상황을 보고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픽스 하겠다는 답을 줬습니다.

 

하지만 다시 하루, 이틀, 사흘시간이 지났고 길바닥에 흘려 보내는 물의 양은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물론, 우리 집 수도계량기가 돌아가는 건 아니었지만 아깝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사실은 우리도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수돗물 수압이 현저히 낮아져 졸졸거리는 수준이 됐고 침실 옆에서는 심한 소음이 계속돼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우리 집 수도 메인밸브를 잠갔다가 아침에 다시 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오늘이나 올까 내일이나 올까 계속 기다리다가 지쳐갈 무렵, 지난 화요일 아침 드디어 기술자 두 명이 왔습니다. 트럭 두 대에 조그마한 포크레인도 하나 싣고 온 그들은 세 시간이 채 안 걸려 모든 상황을 종료시켰습니다. 길 양 옆을 힘차게(?) 내달리던 아까운 물들은 그렇게 10일만에 낭비를 끝냈고 우리 집 수돗물도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리 간단한 것을 열흘씩이나 아까운 물을 낭비하고 나서야 해결하다니아무리 매사에 여유가 넘치는 나라라 해도 공무원사회나 공기업에 철밥통 혹은 복지부동 같은 나쁜 폐해가 있는 건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건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그날 공사를 마친 두 사람은 우리 집 수돗물을 이용해 자기들 작업도구와 작업화 등을 씻었습니다. 엄연한 사유재산임에도 그들은 사전양해 한마디 없이 우리 집 수돗물을 실컷 썼습니다.

 

그것까지야 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들이 돌아간 후의 모습에서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쓰고 간 수도 호스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호스에 달려 있던 분사기와 부품들은 제멋대로 분해돼 잔디밭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1분의 시간만 냈어도 모든 걸 원래대로 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아마도 거기까지는 그들의 생각이 못 미쳤던 것 같습니다.

 

새삼스럽게 우리 집 리노베이션 공사 때가 떠올랐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리노베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습니다. 물론, 뒷정리를 깨끗하게 하고 간 사람들도 많았지만 일부는 작업 후 쓰레기들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가는 바람에 아내와 제가 일일이 치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앞마당이며 뒷마당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수십 개의 담배꽁초들은 너무너무 짜증스러웠습니다. 작업 중 담배 한 대는 꿀맛이었겠지만 집주인에게 그런 피해를 주는 건 절대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

 

종석아, 너는 작업 끝나면 꼭 시간 내서 뒷정리를 꼼꼼하게 해라. 네가 돌아간 후 여기저기에서 전선 잘린 것, 케이블 타이, 테이프 쪼가리 이런 것들이 굴러다니면 아무리 일을 잘했더라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게 된다.”

 

딸아이 신랑한테 제가 하는 당부입니다. 한국에서부터 뛰어난 전기기술자로 일해온 그는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부분만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작은 배려가 고객을 감동시키고 훗날 큰 성공을 연출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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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