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토토가’의 열기 속에서… #7752022-07-23 21:22

토토가의 열기 속에서

 

좐인한 여좌라 나를 욕하지는 마아소찬휘의 ‘Tears’는 언제 들어도 짜릿짜릿 전율이 더해집니다. ‘아무 일도 내겐 없는 거야. 처음부터 우린 모른 거야…’ 라며 조용히 시작되는 그의 노래는 그러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의 목에 핏대를(?) 세우게 만듭니다.

 

잔인한 여자라라 부르면 절대 제 맛이 안 나고 꼭 좐인한 여좌라라고 악을 써야만 어울렸던 그 노래를 얼마 전 문득 다시 만났습니다.

 

한국 MBC TV 무한도전이 특집으로 기획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토토가)’ 무대에서 소찬휘가 변함없는 가창력으로 좐인한 여좌라를 외쳤고 방청석을 가득 메운, 세대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도 한 덩어리가 됐습니다.

 

쟈가, 쟈가 뭐라 씨부리쌌노? 저늠아 저 돌아뿐 거 아이가?” 20년 전 김건모가 잘못된 만남이라는, 당시로서는 좀 별난(?) 노래를 발표했을 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고…’ 노래가 시작되기 전 김건모는 숨도 쉬지 않고 당시로서는 생소하기 짝이 없었던 랩 아닌(?) 랩을 속사포처럼 쏟아냈습니다.

 

얼마 전 토토가에서 이 노래들을 라이브로 다시 만나며 새삼 1990년대의 추억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습니다.

 

3회에 걸쳐 방송된 토토가에는 소찬휘와 김건모 외에도 터보, 김현정, SES, , 지누션, 조성모, 엄정화, 이정현 등 90년대를 핫하게 만들었던 가수들이 대거 출연, 열광적인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이전에도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서 90년대를 그리워하게 만든 프로그램들이 여럿 있었지만 토토가야 말로 그 같은 트렌드의 하일라이트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토토가를 만들어낸 MBC 김태호 PD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일을 그는 이번에 마음먹고 제대로 해낸 겁니다.

 

모든 일은 기획이 5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계획을 잘 세워야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획의 중요성은 좋은 책을 만드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1990년대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여성지 여원(女苑)의 성공에도 기획의 중요성이 오롯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월 여섯 개의 여성지를 만들어내던 여원의 기자들에게는 늘 마감의 여유를 즐기기도 전에 숙제가 주어지곤 했습니다. 다음 호 기획안을 내는 겁니다. 기자 한 명당 최소 20개 이상의 편집아이템을 제목부터 기획의도, 기사분량, 취재방향, 취재스케줄에 이르기까지를 세세하게 적어내야 했습니다.

 

두툼한 대학노트를 넘겨가며 빼곡히 작성된 기획안들은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재원 사장에게 직접 제출됐습니다. 기획안 제출에는 기자들은 물론 차장, 부장들도 예외가 없었는데 사장은 여섯 개 매체 수십 명의 기자들이 낸 편집기획안을 꼼꼼히 체크하고 빨간색연필로 일일이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에는 수정보완 사항을 지적해주고 뛰어난 기획에는 빨간색으로 별 표시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받았던 참 잘했어요처럼…. 가끔 부실한 기획안을 낸 기자들은 호된 꾸지람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공포의 기획안을 밑거름으로 여원은 난공불락의 여성지 왕국을 건설하고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토토가를 보면서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전쟁을(?) 치러냈던 1990년대를 새삼스레 떠올려봤습니다. 이곳 시드니에서도 그 같은 분위기를 다시 한번 연출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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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