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시대에 따라, 필요에 따라 바뀌는 사상과 전략들로 진짜와 가짜를 논할 수 있을까?

최근 정치신념이 달라서 식구들이 싸우고 친구들이 싸움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우리 지역에는 한인커뮤니티 카톡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정보를 커뮤니티 카톡을 통해 접하곤 하는데 최근 정치적인 신념의 차이로 얼굴이 붉혀지는 일이 있었다.  공공이 사용하는 카톡인데도 대상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함부로 욕하고 판단하고 심한 말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

 

01_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렌즈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최근에 어떤 분이 자신은 좋은 기사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하나 올렸다. 그런데 그것을 본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 화를 내면서 비난을 한 후 가짜 뉴스라고 하면서 자신이 올리는 것이 진짜라고 하며 또 뉴스를 올렸다.

이러면서 사람들은 더불어 ‘올리지 말하고 하는데 왜 올리는지 모르겠다’면서 ‘뻔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부터 어떤 사람은 인격모독의 욕까지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좌파, 우파에서 우리는 ‘진짜’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컵에 반 정도의 물이 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어떤 사람은 ‘반이나 남았다’고 해석한다.  물컵의 반이라고 하는 사실은 똑같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렌즈에 의해 그 사실은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똑같은 사실도 우파에게는 좌파의 뉴스가 거짓이 되고 좌파에게는 우파의 뉴스가 거짓이 되는 것은 성향에 따라 해석하는 틀이 다르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하나의 보편적 진리를 거부한다. 서구 중심에 중산층을 중심으로 또는 힘을 가진 자들의 보편적 진리가 다른 문화와 사회 또는 개인적인 것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02_시대 주름잡던 당대의 철학은 여지없이 다음 세대가 되면 무너져버려

개인적으로 보편적 진리가 있다고 믿고 있는 필자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 비판할 것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의 각 개인의 독특한 삶의 경험과 이야기를 존중해주는 부분은 사람들에 대해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자신의 믿고 있는 가치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에 대해 돌아보고 점검해보게 하는 부분은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는 좋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돕는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완벽한 상담모델은 없음을 보게 된다. 그 좋다고 말하는 인지행동치료도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개개인은 달라서 똑같은 상담모델을 적용해도 반응하는 방식과 생활양식이 달라서 다르게 적용되고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시대를 주름잡던 당대의 철학은 여지없이 다음 세대가 되면 무너져 버리고 그것에 반하는 철학들이 생겨났다. 이처럼 이전 세대에는 당연한 진리라고 믿었던 기준들이 시대를 지나면서 비 진리가 되는 것들이 생각 외로 일상적 삶에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 결석을 하지 않는 것이 대단한 것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아픈데 학교 오는 것은 학생들을 감염시키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본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똑같은 행동이 옳은 행동이 되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03_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상이나 생각에 대해 겸손한 자세 가져야

이렇게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바뀌는 사상과 전략들을 가지고 ‘이것이 진짜고 이것이 가짜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상이나 생각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도 열린 자세로 들어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린 자세가 없을 때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있을 때 방어벽을 치고 무조건 듣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일 때가 많다.

분석심리학의 칼융은 중년의 나이에 건강한 모습으로 인생의 과업을 수행하려면 통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인격의 모습, 다양한 삶의 가면들을 잘 통합할 때 성숙한 중년의 모습이 된다는 것인데 한 가지 모습만 나의 것이라고 주장할 때 그 사람은 뾰족하고 모난 사람이 되어버리고 개성화에 실패하게 되어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신봉하고 따르고 있는 사상은 모두 철학적인 전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한번쯤은 ‘내가 믿고 따르는 신념과 사상은 어떤 철학적인 전제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일까? 그리고 그 전제는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 그리고 ‘나는 어떤 렌즈를 끼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습이다.

 

04_다양성과 상대방의 다른 점 인정하는 열린 자세 가져야…

상담에서는 상담사가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렌즈, 세상에 대한 렌즈가 돕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가 우파이기에 ‘무조건 우파에 속한 사람이 말하고 행하는 것은 옳다’라고 보거나 내가 좌파이기에 무조건 ‘좌파가 하는 것은 다 진리다’라고 보는 시각은 교정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 사람들과 관계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각자 살펴볼 수 있는 성숙함이 우리에게 있기를 기대해본다.

바라기는 한국인들의 공동체 카톡방이 이것이 옳고 이것이 그르다 말하는 카톡방이 아니라 ‘당신은 이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군요.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좀더 성숙하고 건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비방하고 반대하는 것을 멈추고 호주에 사는 만큼 다양성을 인정하며 또 상대방의 다른 점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것만 절대적으로 옳다라고 하는 편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열린 자세로 타인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글 / 서미진 (호주기독교대학 교수·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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