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계절을 넘어서던 한 날
길다란 한 줄기 란 이려나
다육이 이사 때 업혀 온 놈

꽃대 올려 하얗게 물 들이고
이듬 해 화단 가득 채우니
빨간 꽃 피우며 타오르던 다육이
오늘은 오히려 세입자 신세

발칵 뒤집어 걷어내고
산나리랑 다육이만 다돔다돔
고요히 내려 앉힌다

한 철 지나 다시 그득한 달래
뽑고 뽑아도 줄어들지 않고
폭탄 터진 전장에 흩어진 파편처럼
깊은 곳에 박혀있는 이름

구부러진 시간 위로 비가 내리고
축축히 새겨지는 어제 같은 이야기

 

 

글 / Moon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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