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장?!

마치 고급 리조트 같아 보였습니다. 2년 반쯤 전, 세 번째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우리 집 현관 입구에 잎이 뾰족뾰족한, 조경사로부터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이 안 나는, 나무 세 그루를 심었습니다. 집 전체를 회색 톤으로 바꾸고 기와까지 차콜색으로 칠하고 나니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예쁘고 멋진 집으로 환골탈태(?)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뾰족이들이 의외의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잎사귀 끝이 침처럼 날카로워 잘못해서 찔리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았습니다. 잎사귀 옆면 또한 칼날처럼 심하게 날카로워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나무를 다듬다가 여러 차례 손을 베인 적도 있었습니다.

손님들도 그렇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에이든과 에밀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다칠까 봐 아래쪽에 있는 잎사귀들은 모조리 잘라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놈들이 원래의 고급스런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아래쪽은 썰렁하고 키만 껑충해진 기형이 돼버렸습니다. 여전히 어른들에게는 위험의 대상이 되고 있었고….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두 ‘극성쟁이’는 단단히 자리를 잡은 이들 ‘뾰족이 삼형제’를 제거하고 뿌리까지 파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잎사귀를 쳐내고 줄기를 잘라내는 작업까지는 식은 죽 먹기였지만 단단히 내린 뿌리를 뽑아내는 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온갖 도구들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쉽지가 않았고 둘이서 꼬박 두 시간 동안 혈투(?)를 벌인 끝에 엄청 뚱뚱하고 뿌리가 잔뜩 얽혀있는 밑동들을 완전히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둘 다 어찌나 힘을 썼든지 삭신이 쑤시고 3일 동안은 GYM에서도 몸을 제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극성부부… 그런대로 놔두고 살면 될 것을… 누구 하나 조금의 덜함도 없이 똑같습니다. 우리는 둘 다 어디 한곳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놔두는 법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앞마당 펜스 아래 미니가든의 벽돌로 돼 있던 테두리를 기어코 나무로 바꾸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 집 정원과 텃밭의 테두리는 100퍼센트 나무로 바뀌었습니다.

내친 김에 앞마당을 비추고 있는 오래 된 등을 교체하는 작업까지 해치웠습니다. LED 스폿라이트 여덟 개가 환히 비추고 있는 우리 집은 훨씬 더 많이 깔끔하고 예뻐졌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 싶을 정도의 작은 변화에도 아내와 저는 늘 열과 성을 다합니다.

지난번 리노베이션 때 거실 벽을 원목으로 바꾸고 대형TV를 걸었지만 케이블 몇 가닥을 벽안으로 넣어 숨기지 못해 늘 찝찝함으로 남아 있었던 것도 지난 주말에 말끔히 해결했습니다. 20년도 넘게 쓰던 홈씨어터를 과감히 버리고 그 자리에 ‘사운드 바’라는 이름의 신문물까지 TV와 연결해놓으니 영화관 부럽지 않은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세 번째 리노베이션을 마치면서 “사장님 댁이 이 동네에서 가장 예쁠 거예요”라고 했던 빌더의 이야기대로 우리 집은 비록 옛날 집이긴 해도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한때는 새 집을 지으려는 생각도 가졌었지만 ‘우리 나이에 더 큰 집은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 호주인 노부부가 갑자기 너싱홈에 들어가면서 그 집을 산 젊은 중국인 부부가 그 자리에 2층집을 짓고 있습니다. ‘의문의 1패’를 당한 아내와 저는 지금 ‘우리 집 예쁨 지키기’에 더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우리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모임, 귀한 손님과의 만남도 몇 차례 예정돼 있고 아내의 생일도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에이든과 에밀리가 우리 집 뒷마당 데크에서 물놀이를 하고 자카란다 꽃잎이 가득한 뒷마당을 질주하는 시간도 부쩍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우리 집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쁨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마음에 아내와 저는 “우리, 이제 힘든 일 그만 하자”면서도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늘도 집 안팎 가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당신은 ‘일’ 하는 주부인가요?
Next article결혼과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