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비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교시절부터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저로서는 늘 가슴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대학 때도 그렇긴 했지만 사회에 나와 진짜(?)기자가 되려 했을 때 저는 다시 한번 이 의미심장한 명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렸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대답은 선배기자 박찬훈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라!’ 그때부터 저는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월간조선>에서 ‘오효진의 인간탐험’을 진행하던 소설가 겸 기자 오효진, 날카로운 시각으로 물질만능의 세태와 위선적인 지식, 타락한 정치를 비판하던 소설가 겸 기자 최일남, 부산 <국제신보>와 월간 <마당>을 거치며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체제비판적 언론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기자 조갑제 등 선배기자들의 좋은 글들을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이후 ‘좋은 글’ 쓰는 방법을 묻는 후배기자들에 대한 저의 대답도 ‘좋은 글 많이 읽기’로 일관돼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두 가지 원칙(?)을 더 얹었습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기’와 ‘문장을 최대한 짧게 쓰기’였습니다. 그래서 제 글에서는 유식함(?)이 그리 많이 묻어나지 않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문장이 길게 늘어지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해오던 일,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도 그랬고 호주에 와서도 그렇고 저는 글 쓰는 일을 40년 가까이 계속해오고 있어 너무너무 고맙고 행복합니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자기 전공을 살려 일하기가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데 저는 그 행운까지 누리고 있는 겁니다.

‘기자가 만물박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만물박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제가 늘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또 하나의 명제입니다. 좋은 글,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필수입니다. 때문에 저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을 통한 취재는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도 반드시 챙겼습니다. 그들을 통한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원고청탁을 통해서라도 정보를 얻어내곤 했습니다.

1999년 8월 6일 창간된 코리아타운을 15년전 저에게 넘겨준 코리아타운 창간발행인도 “당신은 글 쓰는 전문가이니까 더 좋은 코리아타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게 내가 당신에게 코리아타운을 넘겨주는 가장 큰 이유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코리아타운 업그레이드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채 1년이 안돼 코리아타운은 교민매체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자타공인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때 164페이로 가장 두툼한 몸집(?)을 자랑했던 코리아타운은 200페이지를 향한 쾌속항진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1차목표가 달성되면 코리아타운을 모태로 해서 여행전문지, 부동산전문지, 이민유학전문지로 나눠서 각 분야의 살아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 저의 최종목표였습니다. 매체에도 두루뭉실한 정보백화점보다는 분야별 전문지 모습을 갖춰야 하는 명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대두돼왔던 터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열악한 조건들은 그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섭게 덮쳐온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쓰나미, 악화일로를 걷는 경제상황, 난무하는 몇몇 매체들의 반칙 때문에 그 꿈을 향한 질주에 태클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올 초에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는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놨습니다.

속된 말로 한 주 한 주, 하루 하루를 떠밀려가는 느낌… 온라인 파워가 거세지만 인쇄매체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습니다. 물론, 코리아타운도 오래 전부터 온라인매거진과 스마트폰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온라인 깡패(?)들과의 맞짱(?)은 역부족입니다. 어제 (8월 6일)로 창간 21주년을 맞은 코리아타운은 그들과는 다른 깊이 있는 정보, 그들이 줄 수 없는 코리아타운 만의 정보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쓸 데도 없는 내용들로 페이지를 때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초등학생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편안한 글은 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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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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