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동망?!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사람들은 근처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면 그 가게가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며, 같은 업종일 경우에는 장사에 관한 여러 가지 노하우도 전수해준다. 심지어는 새로운 가게가 안정적으로 손님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주일 정도 아예 자기 가게 문을 닫아주는 사람도 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경험해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중국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서로를 챙기고 공생을 추구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인 듯싶습니다.

반면 “그 집에 물건 대주면… 알지? 그럼, 우리는 거래처를 다른 데로 바꿀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가한다든가,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 생기는 가게를 경계하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가게 바로 옆 칸에 똑 같은 업종의 가게를 차려놓고 말도 안 되는 덤핑공세를 펼쳐 결국 먼저 있던 가게를 망하게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믿겨지지 않는 얘기이지만, 근처에 새로 차린 동생의 식당이 예상외로 번창하자 “옌변에서 온 그곳 주방장이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진 사람이 아닌데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고 이민성에 신고한 형도 있었다고 합니다.

1985년, 일본 샤프전자 한국지사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호시노 다께시 전무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회사는 명함보다도 더 작은 사이즈의 전자계산기를 개발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두께 또한 명함 두 장을 겹쳐놓은 정도로 얇은, 당시로서는 가히 획기적인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제품 개발관련 이야기를 하던 호시노 전무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나도 그렇지만 일본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사람들을 많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뛰어난 머리와 기술력이 가히 세계적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일본회사들이 한국회사들을 앞서 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추월 당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가슴 깊은 곳을 후벼 파고들었습니다. “반면, 많은 일본인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1대1로 붙으면 일본인이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인이 두 명 이상만 모이면 그때부터는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이 이 말은 정말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심지어 빚을 내서라도 그 시장에 뛰어들어 포화상태를 이루고 과당경쟁을 유발합니다.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덤핑공세에 온갖 비정상적인 일들을 저지르다가 마침내는 공도동망 (共倒同亡)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치맥, 요거트아이스크림 열풍에 이어 최근에는 ‘마라탕’이 한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며 마라탕전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벌써 위생관리, 불량식자재 사용 및 관리 등의 문제들로 이들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페어플레이가 중요합니다. 실력도 없고 전문성이 없으니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가격만 갖고 장난질을 칩니다. ‘반값’을 넘어 ‘반의 반값’ 혹은 ‘원 플러스 원’ 더 나아가 ‘3개월, 6개월 공짜’로까지 번지면 이건… 그야말로 대책이 안 서는 일입니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결국 다같이 죽고 마는 공도동망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겁니다.

남을 위해 내 것을 내주며 도와주는 차원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 일에 훼방을 놓거나 시장질서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사람 둘 이상만 모여봐라’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우리로서는 깊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우리 가족, 건강히 겨울 빠져나가기 마지막 남은 한 달… 튼튼하고 건강한 겨울나기 필수항목 총집합!
Next article플로랄 워터? 화장수! 피부 살균·소독으로 천연 스킨, 미스트, 화장품 재료 등으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