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울

키재기하듯 높다란 아파트 숲

성난 한풍들 회초리 들고 몰려가고

뿌루퉁 잿빛 하늘은

미세 먼지에 재채기 쏟아낸다

 

곡예 하듯 빠져나가는 좁은 골목 미니 트럭

사연 담은 갈색 가방 오토바이 재촉한다

 

인기척이 반가운 누렁이 꼬리

떨어져라 열심히 흔들어 보아도

스쳐가는 야속함에 홀로 서럽다

 

앞만 보고 바삐 걷는 구멍 난 가슴들

눈길 마주쳐도 인사 따위 없다

 

나팔소리 따라 날아간 좋은 아침

숨차게 달려오니 더 멀어진 좋은 하루

 

놓쳐버린 기차에 눈 흘겨보지만

견디어온 추운 날들 봄은 언제 오려나

짙은 화장 속 한숨처럼 흐르는 눈물

질끈

입술을 깨문다

 

 

글 / 김문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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