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글쎄요… 항상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경우는 그저 감사, 행복 외의 다른 말로는 표현이 안될 듯싶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천사일진대 하물며 우리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꿈같은 시간… 녀석들과의 1박2일은 그렇게 꿈결처럼 지나갔습니다. 뭘 하든 귀엽고 예쁘기만 한 녀석들이지만 지 할머니 곁에 나란히 누워 잠든 모습은 봐도 봐도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키워야 하며 우리는 꼭 필요할 때만 봐준다’는 원칙… 실제로 아내와 저는 딸아이부부가 특별한 일이 있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아이들 맡기는 걸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자식의 자식’ 때문에 얽매이는 걸 원치 않는 우리의 조금은 별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부모 스스로가 올바른 교육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딸아이 생일을 맞아 1박2일 특박(?)을 허가한 아내와 저는 두 녀석을 맞을 국빈(?)급 준비에 분주했습니다. 집 안팎 청소는 물론, 잘 안 쓰는 초대형 온수매트까지 꺼내서 거실에 장착했고 포근한 겨울이불과 폭신한 캠핑용 침낭도 두 개나 꺼내놨습니다. 아무리 퀸 사이즈 침대라 할지라도 넷이서 자다가 아이들이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거실에서 함께 자기로 한 겁니다. 두 천사가 좋아하는 각종 먹거리들도 빠짐없이 갖춰놨습니다.

녀석들도 우리 집에 오기 몇 시간 전부터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잔뜩 설레 있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두 녀석이 들이닥쳤습니다. 반가움의 허그와 뽀뽀 세례 후 녀석들은 집 안팎을 달리며 한껏 신이 났고 양손에는 어느새 먹을 것들이 잔뜩 들려 있었습니다. 지 엄마 아빠가 나가거나 말거나 두 녀석 다 아예 신경도 안 씁니다.

정이 많은 녀석들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꼭 할머니 할아버지 입도 빼놓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할머니 사랑에 홀딱 빠진 에이든은 대놓고 엄마도 아빠도 아닌 할머니가 제일 좋다고 고백을 하고 에밀리는 고맙게도 할아버지가 더 좋다며 두 눈을 찡긋거립니다.

한 가지 더 기특한 건, 한창 말썽부릴 나이임에도 우리 아이들은 쓸 데 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래이래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기 혹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곧바로 수긍을 합니다. 집안 여기저기에 예쁘게 장식된 소품들을 망가뜨리거나 벽에 지저분하게 낙서를 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제 에이든이 63개월, 에밀리가 31개월임에 비하면 두 녀석 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겁니다.

에밀리는 여자아이 아니랄까 봐 에이든과는 달리 애교와 새침함이 공존합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겨울왕국 엘사공주 옷을 벗지 않았던 녀석은 지 오빠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 했습니다. 에밀리가 1박2일 동안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나두 할래”와 먹신(먹神)다운 “나도 먹을래”였습니다.

평소에는 저녁 아홉 시만 되면 잠자리에 든다는 녀석들이 그날은 밤 열두 시가 다 돼서야 자리에 누웠습니다. 에이든이 엎드리면 에밀리도 엎드리고 오빠가 옆으로 누우면 따라서 옆으로 눕고… 그렇게 잠시 뒤척이던 두 녀석은 이내 꿈나라로 갔습니다. 두 녀석이 추울까 봐 수시로 가스히터와 난방시스템을 가동시키던 아내와 저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다음 날, 온 식구가 모여 생일축하 파티를 가졌습니다. 뒷마당에서 모래장난, 물장난, 비누방울놀이에 정신이 없던 녀석들은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에이든은 집에 안 가겠다며 아예 지 할머니 옆에 딱 붙어 앉아 꼼짝도 안 합니다.

“에이든, 할머니 집에 또 놀러 와.” 지 할머니의 다정한 한 마디에 에이든의 얼굴이 다시 밝아집니다. 특유의 꽃미남 살인미소와 함께 차에 오른 에이든과 따라쟁이 에밀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빠이빠이가 정겹습니다. 또 한 차례의 거사(?)를 치른 후 아내와 둘이 앉아 마주한 헤이즐넛향 커피가 유난히 진한 행복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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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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