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놀기?!

2년 전, 퀸즈랜드 프레이저 아일랜드와 그 주변지역에서 부활절 연휴 9박 10일 ‘꿈의 여행’을 가졌던 우리 여행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바람에 단체여행이 없었습니다. 한 팀은 두 아들 가족과 함께 발리로 8박 9일 여행을, 또 한 팀은 대만으로 3박 4일 부부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쩌다 보니 특별한 여행계획도 못 잡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우리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부활절 당일 문득 이것저것들을 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찾은 곳이 쿠링가이체이스 내셔날파크 안에 있는 웨스트 헤드 (West Head)였습니다.

얼마 전에 스치듯 잠깐 들렀던 그곳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여기저기 사람들로 가득했고 주차할 자리가 없어 아주 먼 곳까지 차들이 비집고 들어서 있었지만 우리는 운 좋게도 웨스트 헤드 전망대 (West Head Lookout) 바로 옆에 차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눈 앞으로 탁 트인 바다, 왼쪽으로는 사자 섬 (Lion Island)이 아늑하게 들어왔습니다. 1956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 섬은 시드니 지역에서 가장 많은 작은 펭귄들이 살고 있는 펭귄서식지라고 합니다. 오른 쪽으로는 1881년에 만들어진 배런조이 등대 (Barrenjoy Lighthouse)가 고즈넉하게 보이고 평화로운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습니다.

6개의 가볼 만한 코스 중 우리는 레드 핸즈 케이브 (Red Hands Cave)로 방향을 잡았고 나무 냄새, 숲 냄새가 기분 좋게 우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편도 950미터, 왕복 한 시간 거리를 느긋하게 걸어 그곳에 도착했지만 원주민 암벽화는 쉽게 눈에 띄지를 않았습니다.

“저건가? 저걸까? 저건 거 같아. 저걸지도 몰라. 저거 같기도 한데…” 우리뿐만 아니라 그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그저 손가락질을 하며 깔깔대기만 할 뿐 아무도 2000년 전에 찍혔다는 원주민 손바닥 자국을 명확히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꽤 그럴싸한 스폿을 찾아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우리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우리, 비치에도 한번 내려가볼까?” 세 개의 비치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웨스트 헤드 비치. ‘왕복 1킬로미터밖에 안 되는데 왜 40분이 걸린다고 안내가 돼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걷기 시작했는데 한없이 한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예쁜 비치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 요트에서 파티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얼마 동안 ‘바다 멍’을 하다가 올라오는 길… 정말이지 오랜만에 ‘헉! 헉!’ 숨을 몰아 쉬며 심장을 풀(?)가동 했습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다음 날 양쪽 종아리가 뻐근할 정도로 ‘짧지만 강한 코스’였습니다.

고생 끝에는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리솔루트 피크닉 에어리어 (Resolute Picnic Area)의 널찍한 테이블 하나를 점령(?)하고 예쁜 테이블보를 깔았습니다. 얼마 전 구입한 한국산 그리들 (Griddle)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도톰한 삼겹살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김치… 우리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귀족의 만찬’을 즐겼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누룽지까지 곁들여진 김치삼겹살볶음밥은 이날 여행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습니다.

다음 코스는 근처의 아쿠나베이… 역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지만 이번에도 운 좋게 주차도, 낚시자리도 고생하지 않고 쉽게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밤 나들이 나온 별들을 친구 삼아 드리운 낚싯대… 물고기 흉년이라 할 수 있는 요즘인데 운 좋게 얻어걸린(?) 민어 한 마리와 한치 한 마리가 우리 행복의 크기를 더해줬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가진 한밤의 한치 회와 쏘주 한잔 파티…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절대행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저는 정말이지 우리끼리 ‘둘이서도’ 잘 노는 것 같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네이티브는 쉬운영어로 말한다 (일상회화편) 파트1 – 4
Next article타운소식 (2024년 4월 4일)